남자 농구 대표팀, 25년만에 올림픽 무대 진출할까

입력
2021.06.28 16:46
수정
2021.07.01 07:22

허재 등 참가한 1996 애틀랜타 이후 올림픽 진출 좌절?
조상현 감독?“태극마크 사명감 갖도록 문화 바꿀 것”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이 이달 13일 필리핀 출국에 앞서 각오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이 이달 13일 필리핀 출국에 앞서 각오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은 남자 농구 대표팀에게는 자랑스러운 올림픽 본선 진출 무대였지만 흑역사로 남아 있다. 이 대회에는 농구 레전드 허재를 중심으로, 강동희, 정재근, 문경은, 이상민, 전희철, 현주엽 등의 출전에도 불구하고 7전 전패를 기록했다. 전 대회인 88올림픽에서 2승을 한 대표팀이어서 내심 1승 이상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경기 평균 28점 차나 뒤지며 패해 실망감을 줬다.

여기에 대표팀은 음주파동까지 더해 최인선 감독을 포함한 주요 선수들은 자격정지 징계까지 받는 등 불명예를 안아야 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남자 농구팀은 올림픽 본선 진출을 지금까지 못 하고 있다. 대패하더라도 응원할 팀이 있어야 한다는 팬들의 염원에 지난 25년간 화답하지 못한 것이다.

조상현 감독으로 사령탑 교체가 이뤄진 남자 농구팀이 2020 도쿄 올림픽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번에도 힘든 여정이 펼쳐지지만 조상현 감독은 “팀을 재건해 볼 만한 경기를 하고 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8일 대한농구협회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올림픽 최종예선은 험난하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30위인 한국은 베네수엘라(20위), 리투아니아(8위)와 함께 B조에 들어가 있는데, 최소 1승을 해야 4강전 진출이 가능하다. 이 두 팀은 FIBA 랭킹처럼 객관적으로 한국보다 한 수위 전력을 갖고 있다. 리투아니아에게 한국 대표팀은 2년 전 평가전에서 57-86으로 대패를 당한 바 있다.

대표팀은 4강에 오른다고 해도 A조(슬로베니아, 폴란드, 앙골라) 팀과 준결승전을 치러야 하고, 결승에서도 승리해야 도쿄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상대팀에는 미국 프로농구 최고 선수로 꼽히는 루카 돈치치(슬로베니아ㆍ댈러스), 도만타스 사보니스(리투아니아ㆍNBA 인디애나) 등이 있어 대표팀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라건아가 20일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2021 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6차전에 출전해 슛을 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라건아가 20일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열린 2021 FIBA 아시아컵 예선 A조 6차전에 출전해 슛을 쏘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에 참가하며 구성한 12명 선수명단에 하윤기(22ㆍ고려대), 이현중(21ㆍ데이비드슨대), 여준석(19ㆍ용산고) 등 기대주를 대거 포함시켰다. 선수 신구 조화를 통해 시너지를 최대한 내겠다는 조상현 감독 전략에서다.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에서 뛰는 이현중의 경우 아시안컵 예선 3~5차전에 출전, 총 56득점 22리바운드로 가능성을 입증해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 활약이 기대된다.

라건아도 대표팀을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려놓을 선수다. FIBA가 최종예선에서 주목해야 할 6인에 라건아를 올렸다. FIBA는 “2019 FIBA 중국농구월드컵에서 라건아보다 더 많은 평균 득점, 리바운드를 해낸 선수는 없다”고 했다. 라건아는 중국농구월드컵에서 평균 득점(23.0점), 리바운드(12.8개) 1위를 기록하며 대표팀에게 1994 캐나다세계농구선수권대회 이후 25년 만의 승리를 안겼다.

조상현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 역시 아시안컵 예선처럼 기대주를 고르게 기용하는 선수 운용을 할 계획”이라며 “대회 성적도 중요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사명감을 선수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대표팀에 좋은 문화와 분위기를 새롭게 정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상현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필리핀 클라크에서 열린 20201 FIBA 아시아컵 예선 최종전인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조상현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일 필리핀 클라크에서 열린 20201 FIBA 아시아컵 예선 최종전인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농구협회 제공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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