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반발에 '장관 승인' 삭제… '檢 직접 수사 축소'는 유지

입력
2021.06.18 20:00
수정
2021.06.19 12: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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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18일 검찰 조직개편 최종안 입법예고
'장관 승인' 부분은 檢 "중립성 훼손" 우려에 빠져
청와대·법무부 한 발 물러서 "절충안 마련" 평가
서울중앙지검 등 8개 지검에 인권보호부 신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뉴시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뉴시스

법무부가 18일 일선 검찰청 형사부에서 직접 수사를 하려면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검찰 내 반대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검찰 조직개편 최종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법무부가 김오수 검찰총장 의견을 받아들여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그러나 ‘검찰 직접 수사 축소’ 기조는 바꾸지 않았다. 형사부에 6대 중대범죄 고소 사건 중 경제범죄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고, 6대 범죄 전담부서가 없는 검찰청에선 총장 사전 승인을 받아 직접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또 주요 검찰청의 직접 수사 부서를 없애거나 통폐합했고, 인권보호부를 신설했다.

김오수 총장 '장관 승인 재고 할 필요 있어' 요구 받아들여져

법무부는 이날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22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앞서 개정안 초안에 △지청 단위 형사부의 직접 수사는 검찰총장 요청과 법무부 장관 승인 필요 △형사부 6대 중대범죄 직접수사 개시 불가 등의 내용을 담아, 검찰 내에서 상당한 반발을 불렀다.

법무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두고 반대 목소리가 특히 높았다. 수사 개시 여부가 장관 승인에 달려 있으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이유였다. 김오수 총장도 취임 후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불만을 접수하고, 박범계 장관에게 ‘이 부분만큼은 반드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 장관은 이후 검찰 요구가 타당하다고 판단해, 청와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관 승인 부분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감당 가능하다 해서 (검찰 의견을) 받아들이려고 일찍 작심했다”고 말했다. 모든 수사는 간단하든 복잡하든 총장 지휘에 맡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청와대에서도 검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란 점을 감안해 검찰 요구를 수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 승인 부분 제외하고는 대부분 초안 내용 유지

검찰 조직개편 최종안 주요 내용. 신동준 기자

검찰 조직개편 최종안 주요 내용. 신동준 기자

법무부 장관 승인 부분을 제외하면 대체로 개정안 초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반부패수사부 등 6대 중대범죄 전담 부서가 없는 지검과 지청에선 초안대로 형사부 중 제일 끝부인 '말(末)부'만 총장 사전 승인을 얻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했다. 또 일선 검찰청 형사부는 경찰 송치 사건 외에 6대 범죄 고소사건 중에선 ‘경제범죄’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초안에선 형사부가 6대 범죄에 대해 아예 수사를 못하도록 했지만, 그럴 경우 민생범죄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절충안이 마련된 셈이다.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해 규모가 큰 검찰청에도 변화를 줬다. 서울중앙지검 등 8개 검찰청에 경찰 영장 처리 및 경찰 수사의 법령 위반 등을 다루는 인권보호부가 신설된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각종 고소 사건의 직접 수사를 맡아온 조사부를 없애고 형사부를 한 곳 더 늘린다. 특수수사를 담당해온 반부패수사1·2부와 강력범죄형사부는 반부패·강력수사1부와 2부로 통폐합해, 직접 수사 기능을 축소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반부패수사와 강력수사는 성격이 달라, 둘을 합치면 시너지효과가 생기기보다는 강력 수사 기능만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장관 승인 부분은 빠졌지만, 검찰 수사 축소라는 철학은 관철시켰기 때문에 법무부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부산지검에 김오수 요구대로 반부패부 신설

부산지검에는 김오수 총장 요구대로 반부패·강력수사부가 설치된다. 직접 수사 부서가 현재 서울과 광주·대구지검에만 남아 있어 제2의 도시인 부산의 범죄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셈이다. 박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전신인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정식 직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안과 별개로 향후 서울남부지검에 비직제 조직으로 신설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가 입법예고 기간을 이달 22일까지로 정한 만큼, 이날 발표된 조직개편안은 29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인사도 조직개편안이 상정되고 6월말 이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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