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멀어진 GTX-C에 안산·의왕 '부글'... 역 신설 놓고 진통

입력
2021.06.19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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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역 추가·은마 지하 통과 두고도 불만 고조

18일 오후 경기 의왕(왼쪽)과 안산(오른쪽)의 아파트 단지 모습. 올해 들어 이들 아파트 호가는 GTX-C 노선 역 신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2억 원 이상 올랐다. 이승엽 기자

18일 오후 경기 의왕(왼쪽)과 안산(오른쪽)의 아파트 단지 모습. 올해 들어 이들 아파트 호가는 GTX-C 노선 역 신설에 대한 기대감으로 2억 원 이상 올랐다. 이승엽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을 건설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노선 통과 지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컨소시엄이 제안한 왕십리역과 인덕원역은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의왕역·상록수역 등 추가 역이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특히 GTX-C 역 신설 기대감으로 올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 수준에 달했던 경기 의왕과 안산 지역은 추가 역 신설이 불투명해지면서 아파트값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18일 경기 의왕과 안산 일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산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김모(45)씨는 "어제 발표에 1,000명 넘는 '안산 GTX-C 노선 추진 단톡방'에서 안산시장과 지역구 의원 성토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며 "사실상 (역 설치가) 무산된 것 아니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주민 강모(51)씨도 "상록수역 추진에 긍정적이었던 포스코건설을 응원했는데 아쉬워졌다"면서도 "12월 최종 발표 때까지는 포기하지 않고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

의왕도 표정은 마찬가지였다. 의왕의 한 공인중개사는 "애초 사업성이 좋지 않아 (역 신설) 가능성이 낮았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천천히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매매가가 하락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실제 올해 들어 의왕파크푸르지오 112㎡는 매매가가 5억8,000만 원에서 8억1,000만 원으로 40% 가까이 올랐다.

실수요자만 울상... "전세가 2배 이상 올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불확실한 정보로 부동산 시장이 교란되면서, 피해를 본 건 지역 거주민과 전세 실수요자들이다. 상록수역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올해 1월 매물도 보지 않고 바로 거래하는 매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안산 주민 김모(56)씨는 "급하게 전세를 알아보고 있는데 매물 자체가 없는 데다, 태영아파트의 경우엔 전세가 6개월 전보다 2배 이상 비싸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역 신설 가능성이 높아진 인덕원역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은 반색하고 있다.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84㎡는 실거래가가 지난해 12월 9억7,875만 원에서 6월 16억3,000만 원으로 7억 원 가까이 뛰었다. 한 달에 1억 원 이상씩 오른 셈인데, 인근 부동산에선 이번 주 호가가 1억 원 이상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선 지하 통과에 은마아파트는 불만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이 11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앞에서 GTX-C 노선의 단지 관통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은마아파트 입주민들이 11일 한국교통연구원이 있는 세종국책연구단지 앞에서 GTX-C 노선의 단지 관통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에서도 GTX-C 노선안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왕십리역 신설을 놓고 청량리역 인근 주민의 반대가 거세다. 노선상 왕십리역과 청량리역은 2km 거리인데, 집값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량리동 일대 집값은 지난해 6월 평당 2,475만 원에서 올해 6월 2,986만 원으로 20% 넘게 올랐다. 청량리동 부동산 관계자는 "한 손님은 '왕십리역을 또 만들면 그게 무슨 급행이냐'며 푸념했다"고 전했다.

GTX 노선의 지하 관통이 예상되는 강남 은마아파트 주민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양재역과 삼성역을 잇는 중간 지점인데, 주민들은 노후 아파트에 안전문제가 발생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3월 GTX-C 입찰을 포기한 것을 두고 은마 재건축 사업 입찰을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대치동 부동산 관계자는 "은마를 통과하지 않으면 설계 변경을 해야 하는데 공사기간이나 비용이 문제가 된다"며 "개포동으로 우회하더라도 차후 예정된 일대 재건축 사업 수주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마에서 15년 넘게 살았다는 A(45)씨는 "지하 통과를 수용하는 대가로 지지부진한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얻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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