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풍선'에 이례적 공습 나선 이스라엘... 새 정권의 속내는?

입력
2021.06.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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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방화 풍선엔 대응하지 않던 이스라엘?
과거 공격에 따른? 희생자 없고 피해 미미
네타냐후와 차별화 위해 공습 결정 분석

1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16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새 정권이 출범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방화 풍선'을 이유로 가자지구를 이틀 연속 공습했다. 15년간 집권하면서 팔레스타인의 풍선 공격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대응이다. 새롭게 총리 자리에 오른 나프탈리 베네트가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에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17일(현지시간) 4일 전 출범한 이스라엘 정부가 전날에 이어 가자지구를 공습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휴전한 이후 두 번째 공습이었다.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시설만 타격했다고 설명했으며, 구체적인 가자지구의 사상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이 날려 보낸 방화 풍선이 공습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방화 풍선이란 풍선에 헬륨 같은 가스를 넣은 뒤 폭발물을 단 것으로, 하마스 등이 이스라엘 영토에 불을 내기 위해 날려 보냈다. 이번 풍선 공격은 15일 이스라엘 우익 단체들이 국기를 들고 예루살렘 옛 시가지를 행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옛 시가지가 있는 동예루살렘을 미래 수도로 여기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자극한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가 방화 풍선을 이유로 가자지구 공습에 나선 건 이례적인 사건이다. 그간 네타냐후 전 총리는 하마스가 발사하는 로켓포에는 공습으로 강경 대응했지만, 풍선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로켓포와 달리 풍선은 이스라엘 주거지까지 날아가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로 인한 희생자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피해는 기껏해야 가자지구와 맞닿은 들판이나 농작물들이 불에 타는 것에 그쳤다.

외신들은 권력을 잡은 베네트 총리가 네타냐후와의 차별화를 위해 방화 풍선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베네트는 새 정권이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며 "풍선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네타냐후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네트 총리는 취임 이전부터 네타냐후에게 방화 풍선에 대해 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8년 교육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에는 "이런 풍선을 날리는 사람은 누구든 사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출범하자마자 이뤄진 가자지구 공습을 놓고 연정에 참여한 아랍계 정당 라암의 반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아직까진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만수르 압바스 라암 대표는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극우파의 행진은 취소돼야 했다"면서도 "우리가 모든 것을 두고 다투면 연정이 무너진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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