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가 그려준 부부 초상화 찢어버린 마네

입력
2021.06.18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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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배스천 스미의 '관계의 미술사'


지난 2013년 11월 미국 뉴욕 록펠러플라자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시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한화로 15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013년 11월 미국 뉴욕 록펠러플라자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루시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은 당시 한화로 1500억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에드가 드가가 그린 ‘에두아르 마네와 그의 아내’를 보면, 그림 속 마네는 소파에 눕듯이 기대고선 턱을 괸 채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아내인 수잔은 등을 진 채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다. 그런데 마네는 드가로부터 선물 받은 이 그림을 칼로 찢어 버린다. ‘초상화는 결국 누군가를 읽어내는 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마네는 너무 많은 것을 들켜버린 것이 불쾌했던 것일까. 답은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미술 비평가로 활동 중인 서배스천 스미의 ‘관계의 미술사(The Art of Rivalry)’는 드가와 마네를 비롯해 앙리 마티스와 파블로 피카소, 잭슨 폴록과 윌렘 드쿠닝, 루치안 프로이트와 프랜시스 베이컨 등 총 네 쌍의 천재 예술가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각각의 인물이 살아온 배경에 대해서도 상세히 서술하지만, 두 예술가의 교류와 그것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관계의 미술사·서배스천 스미 지음·김강희 박성혜 옮김·앵글북스 발행·440쪽·2만2,000원

관계의 미술사·서배스천 스미 지음·김강희 박성혜 옮김·앵글북스 발행·440쪽·2만2,000원


프로이트가 1952년에 자신이 제작한 동료 화가 베이컨의 초상화가 도난당하자 그 그림을 ‘현상수배’한 사연 등 책에 소개된 미술계 에피소드들은 그들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을 읽은 뒤 책 앞부분으로 돌아가면 수록된 도판에서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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