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처벌하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왜곡된 법의 역사

입력
2021.06.17 15: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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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16일 가정집에 침입한 탈주범 지강헌이 총을 든 채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지강헌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8년 10월 16일 가정집에 침입한 탈주범 지강헌이 총을 든 채 인질을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당시 지강헌이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는 법 앞에 평등한가."

검사 출신 변호사인 저자는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라고 속 시원하게 답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법 앞의 불평등'이 오히려 보편적 현상이었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 질문에 정답을 구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왜곡돼 온 법의 역사를 법률사적·법철학적 관점에서 되짚은 책이다. 인간은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법 테두리 안에서 살지만, 정의로워야 할 법이 인간의 삶과 사회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책은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법이 어떻게 남용됐는지, 어떤 논리가 정의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는지 등 법의 잣대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성찰한다.

우리나라 근대 법원의 첫 판결인 전봉준 유죄 선고부터 일제강점기 을사늑약과 국제법·식민지법의 정체,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적법성 문제, 권력자들에 의해 자행된 헌법 파괴, 고문·가혹 행위로 조작된 사건의 법 논리,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형벌 불평등 문제까지 주요 역사적 사건과 판결을 법과 정의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저자는 "법률의 총론에 동의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디테일에 천사와 악마가 동시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머리말을 통해 밝혔다.

역사의 법정에 선 법·김희수 지음·김영사 발행·292쪽·1만4,800원

역사의 법정에 선 법·김희수 지음·김영사 발행·292쪽·1만4,800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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