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서 안락사 합법화 요구해온 불치병 환자, 결국 스위스서 영면

입력
2021.06.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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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곡기 끊고 극단선택 페북 중계 시도

지난해 8월 프랑스 남부 디종 자택에서 연명 치료를 받던 알랭 코크. 로이터 자료사진

지난해 8월 프랑스 남부 디종 자택에서 연명 치료를 받던 알랭 코크. 로이터 자료사진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며 프랑스에서 안락사 합법화에 힘써온 불치병 환자가 이웃나라 스위스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스위스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15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안락사 금지에 항의하며 단식 투쟁을 벌였던 알랭 코크(58)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코크의 친구 소피 메제드베르그는 페이스북에 이날 오전 11시 20분 그가 바란 대로 ‘품위 있게’ 숨을 거뒀다고 알렸고, 변호인 프랑수아 랑베르는 “알약을 먹었고, 모든 것이 아주 빠르게 진행됐다”며 “그가 원하는 대로 끝났기 때문에 이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전했다.

코크는 동맥 벽이 서로 붙는 희귀병으로 30년 이상을 고통스럽게 살아왔다. 불치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원하면 언제라도 조력에 의한 안락사를 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요구했지만 국교인 가톨릭 교회 등에 의해 번번히 가로막혔다.

지난해 9월에는 법률 개정을 호소하기 위해 페이스북으로 음식과 수분 섭취를 완전히 멈추고 영원히 눈을 감을 때까지 그 과정을 중계하려고 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차단해 실패로 돌아갔다. “영상이 폭력적이거나 품위를 떨어뜨리진 않지만 16세 미만 미성년자가 보지 않기를 권한다”는 게 페이스북이 밝힌 금지 이유다. 이후 프랑스 사회에서는 불치병 환자에 대한 안락사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코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안락사를 허용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현재 프랑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란 답변만을 얻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인 탓이다. 2005년 제정된 이른바 ‘레오네티법’은 말기 환자에 한해 치료를 중단할 권리, 즉 소극적 안락사는 보장하지만 즉각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 주입은 허용하지 않는다. 이후 지난 4월 프랑스 하원에 상정된 안락사 합법화 법안이 우파 정당의 반대로 부결되며 사실상 마지막 남은 희망이 꺾이자 코크는 스위스행을 택했고 바라던 대로 숨을 거뒀다.

이날 존 루크 로메로 프랑스 안락사권리협회장은 트위터에 “코크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지만 지속적인 고통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없기에 의사의 도움으로 죽길 원했다”며 “안락사를 위해 그가 벌인 개인의 투쟁이 집단 투쟁으로 전환된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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