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봉쇄 해제… '백신 60%' 넘기고도 마스크 못 벗는 英

입력
2021.06.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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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탓에 코로나 재확산… "좀 더 참자"
'접종률 12%' 러시아는 “다시 회사 닫아"

지난달 1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브리핑룸에서 화상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 다우닝가 브리핑룸에서 화상을 통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전체 인구의 60%, 성인 80%가 백신을 맞은 나라도 섣불리 그만둘 수 없는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의 ‘봉쇄’다. 백신 접종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나라엔 ‘봉쇄 해제’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60%를 돌파한 영국도 마찬가지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이날 자국 내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7,490명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닷새 연속 7,000명대다. 최근 델타 변이(인도발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며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백신 접종을 끝내지 못한 집단에서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이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올 1월 초 최고 7만 명에 근접했던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넉 달 만인 지난달 초 2,500명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지난해 12월 서방 국가 중 맨 먼저 시작한 뒤 계속 서두른 백신 접종 속도전의 성과가 나타났다는 평가였다. 이에 3월 등교 재개, 4월 식당 야외 영업 재개, 지난달 실내 만남 인원 확대, 실외 ‘노 마스크’ 허용 순으로 차근차근 ‘거리 두기’ 방역을 완화해 오던 영국 정부는 당초 이달 21일 봉쇄 조치를 완전히 해제한다는 목표로 일정표를 짰고, 14일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를 발표할 참이었다. 영국 국민은 ‘자유의 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봉쇄 해제 예정일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제약까지 없애긴 어려운 실정이다. 존슨 총리는 최근 내각과 과학 자문단을 만난 뒤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자”며 백신 접종률 확대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봉쇄 해제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으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천 건의 입원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로 봉쇄 해제 시점 연기에 대한 요식ㆍ관광ㆍ유흥 업계의 반발을 무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조사 결과, 10일 기준 영국의 전체 인구 중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의 비율은 60.5%로 집계됐다. 성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13일 현재 접종률이 79%에 이른다.

이를 감안할 때 1회 이상 백신 접종 비율이 여전히 12%대에 불과한 러시아의 코로나19 재확산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러시아 보건 당국에 따르면, 12일 러시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3,150명으로 2월 15일 이후 넉 달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수도 모스크바의 경우에도 6일 2,936명이던 일일 확진자 수가 엿새 만에 6,701명으로 급증했다. 시 당국은 이에 14일부터 일주일 동안을 유급 휴일로 정하고 회사 문을 닫게 했다. 이 기간 동안 레스토랑과 카페 등은 밤 11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쇼핑몰 푸드코트와 공공놀이터 등은 아예 폐쇄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경제를 우선시한 정부가 방역 정책을 느슨하게 운영한 결과”라고, 미 NBC방송은 “많은 러시아인이 백신 접종을 꺼린다”고 각각 지적했다.

유럽국가들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반면교사다. 가디언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확진자 감소세를 반영해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지만, 신중한 기색이라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백신 1차 접종자 비율이 40%대에 머물러 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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