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성토체 꺼짐→굴삭기 추락→건물 붕괴" 현장 진술 나왔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도로로 무너져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광주광역시 동구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이 붕괴되기 직전, 철거 작업을 위해 건물 앞에 쌓는 흙더미인 성토체(盛土體)가 무너지면서 그 위에 있던 굴삭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굴삭기 추락에 따른 지반 충격이 건물 붕괴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사고 건물 철거를 담당했던 굴삭기 기사 조모(47)씨는 경찰 조사에서 "건물 후면에 굴삭기를 올릴 목적으로 쌓았던 성토체가 무너지면서 굴삭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후 건물 전면부가 도로로 무너졌다"고 진술했다. 해당 굴삭기는 무게가 30톤 수준이어서 지면과 충돌하면서 사고 현장에 상당한 충격을 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조씨는 조사 과정에서 "억울한 점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서 기본적인 안전 장치에 대한 보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건물 철거를 재하청받은 것으로 알려진 백솔건설은 사고 전날이던 지난 8일 건물이 기울지 않도록 성토체와 건물 본체를 와이어로 연결했고, 그날 와이어가 끊어졌지만 이를 보강하지 않은 채 사고 당일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물 밑둥부터 까나가기(해체)를 할 경우 성토체에 박은 앵커(닻)와 건물을 와이어로 연결해 건물을 지탱하는 것이 원칙이다. 철거업체가 구청 승인을 받은 해체계획서상의 톱다운(고층부터 철거) 방식을 어기고 저층부터 해체했고, 그마저도 필요한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또 사고 당시 현장에 감리자가 없었다고 알려진 가운데, 철거 하청업체인 한솔기업 직원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솔기업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철거 하청을 받은 뒤 백솔기업에 재하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와이어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위험한 상황인데도 한솔기업 측이 현장 작업자들에게 해체 작업을 강행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10일 진행한 합동 현장감식에서도 사고 의심 요인이 추가로 발견됐다. 철거 과정에서 건물이 넘어지지 않도록 건물 내부를 채우는 흙?폐건축물 더미인 ‘밥’의 양이 부실해 안정성이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공사 당시 비산 먼지를 줄이려 물을 뿌리는 살수 작업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성토체가 물에 젖었고, 젖은 흙이 부실한 ‘밥’ 틈으로 흘러들어 건물을 넘어뜨리는 하중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해당 공사에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재하도급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건축물 철거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과, 지장물 및 석면 철거는 재개발조합이 다원이앤씨와 각각 하도급 계약을 맺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철거와 석면 철거 작업 모두 백솔기업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조씨 등 공사 관계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