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미 "광주 건물붕괴 사고는 중대재해법의 사각지대 보여줘"

입력
2021.06.11 12:30
수정
2021.06.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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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도 안 됐지만 시행됐더라도 현산 책임 못 물어"
"감리자, 감리 제대로 못 한 구조적 문제 따져야"
"광주 재건축 너무 많아 행정당국 점검 못 해"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의 철거건물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1일 오전 안전보건공단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의 철거건물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1일 오전 안전보건공단 관계자가 현장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두고 철거 작업의 하청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현재 통과돼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은 원청을 처벌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강은미 의원은 광주 건물 붕괴 사고로 발생한 인명 피해에 대해 처벌받는 한계선이 "현재로 보면 감리자하고 시공사하고 그다음에 해체 작업을 맡은 업체가 받을 것"이라면서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됐는지 살펴봐야겠지만 원청(현대산업개발)에 대해선 실제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단 중대재해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 예정이기에 이 사고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강 의원은 시행 예정인 법률로도 이 사건에서 원청에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어차피 적용도 안 되지만, 적용이 되더라도 이 사건처럼 건축물 종사자나 이용자가 아닌 지나가는 행인이 다친 경우에는 이 법망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며 "중대 재해로 처벌할 수 없으면 과실치사 형사범으로 처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연합뉴스

강은미 의원은 감리자 문제도 짚었다. 지난해 제정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건축물 해체 작업 때에는 해체 공사 감리자를 지정하게 돼 있고, 감리자는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안전 대책을 책임지며 유사시에는 공사 중지 명령도 내릴 수 있는 역할을 맡는다.

강 의원은 "이 경우 공사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았는데 감리자가 비상주 감리로 제대로 점검을 하지 못한 것 같고, 공사 계획을 제출한 쪽에서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막중한 책임을 지는 감리자가 현실적으로는 건축주나 시공사의 입김 아래에 있다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강 의원은 "결국은 돈줄이 어디 있느냐에 대한 문제"라면서 "실제로 감리비와 관련해서도 (감리자가) 현장에 상주할 만큼 충분한 감리비가 주어졌는지 등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관청 책임에 대해서는 "일단 이 사건은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여 일단은 동구청의 책임"이라면서도 "광주에 전반적으로 재건축, 재개발이 너무 많이 되고 있어 실질적으로 공무원들이 업무 서류 받은 것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과하게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동구청 측은 해체 작업을 담당하는 감리자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해당 건물은 아니지만 같은 지역의 인근 건물에서 비슷하게 위험한 공법으로 건물을 해체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건물이 해체된 뒤에야 현장 점검을 할 수 있었기에 재건축조합에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 참사는 2019년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붕괴와 똑같은 과정으로 발생했다"면서 "똑같은 사고가 2년 후에 일어났고 이번에는 더 많은 사망자가 생겼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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