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홈페이지에 안전 민원 수십 건 "주민 경고 무시해 붕괴사고"

입력
2021.06.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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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 "안전 위협받고 있다" 민원 쇄도
"민원 무시는 살인 방조 다름없어" 성토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와 경찰 등 합동 감식반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와 경찰 등 합동 감식반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예견된 사고였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사고 한참 전부터 관할 지자체에 현장 관리 감독과 안전 조치를 촉구하는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됐는데도 당국이 방관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60대 주민 A씨는 "아내가 출퇴근하는 길이라 철거 현장이 늘 거슬렸다"며 "관공서에 여러 차례 경고하고 민원을 제기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구청과 정부기관에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지만 사고 직전까지 아무 조치도 없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이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50대 주민 B씨는 "시청에 민원을 넣으면 다시 구청으로 이관되기를 반복할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건물 철거 현장의 위험성과 불법성을 지적하는 신고를 했음에도 관할 지자체가 적극적 단속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관련 민원을 수차례 묵살한 것은 살인 방조나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 광주시 동구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는 지역 철거 작업에서의 안전 부실을 지적한 글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사고 발생 한 달 전인 지난달 10일 작성된 글에서 한 민원인은 "현장 책임자인 현장대리인은 상주하며 책임을 관리하고 있는지, 안전관리자는 근로자 안전과 주변인들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문의했다. 그러면서 "가로수가 휘청이는 강풍에도 특별한 안전조치가 없이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14일 올라온 글에서 민원인은 "철거하면서 쇠기둥만 있고 포장은 없이 철거 작업을 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간다"며 "이렇게 허술하게 (철거) 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공사 상황인가' '사망사고 아니어서 다행이다' '재개발 구역 철거 피해' 등 제목으로 작성된 비공개 글도 다수였다. 구체적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제목만으로도 해당 현장에서 철거와 관련한 사고나 피해가 빈번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구청은 불법 단속 의무가 있는 지자체에서 즉각적 단속에 나서지 않으면서 결국 인명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 관계자는 "여러 건의 민원이 들어온 것은 알고 있으나 몇 건 정도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을 아꼈다.

광주=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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