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LH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며

입력
2021.06.03 04:30
25면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일부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LH는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투기행위는 LH 직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국민적 공분은 자산격차 확대, 주택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LH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별도로 하고, 정부는 조직 방만이 원인이라고 진단한 듯하다. 정부는 LH 기능을 분리해 지주회사는 주거복지를, 자회사는 택지조성, 주택공급을 담당하면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관리·감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방향을 수립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문제 해결 방법을 제대로 찾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것과 이를 통제할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능축소, 조직분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H는 주거복지, 도시조성, 균형발전 등 다양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관을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하면 수익사업의 주민들이 적자사업을 보조하는 것을 원치 않아 공익사업이 축소된다. 주거복지, 지역개발 등 비수익사업은 재원이 부족하고, 특히 자회사의 수익이 줄고 조직 분화로 신용이 약해지면서 채권발행 등에 차질이 생기면 지주회사·자회사는 동반 부실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한 구조를 무시하고 단순히 '수익발생-지주사 배당-주거복지 배분'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계산법은 절대로 해답이 될 수 없다.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투기를 방지하고 절차를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인데, 정부안은 LH의 공적 역할만 축소시키게 된다. 안정적 주택공급 등 중대한 정책이 진행 중인데, LH 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추진동력을 끊어버리면 시장의 불안은 불보듯 뻔하다.

이에 필자는 5가지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정부는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조직분리에만 집중하지 말고, LH의 공적 역할이 훼손되지 않도록 혁신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투기 재발방지 제도를 마련해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행위를 근절시켜야 한다. 셋째, 주거문제로 불안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공급대책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넷째, LH 조직을 효율적으로 슬림화하되, 공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의사결정을 비밀리에 추진하지 말고 전문가, 시민단체, 정부가 공론의 장에서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

단편적 논리로 LH를 개혁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공공성과 합리성을 기준으로 논의를 거쳐 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 LH도 진정한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로 거듭나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지규현 한국주택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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