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부했던 오사카, 결국 프랑스오픈 기권

입력
2021.06.0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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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나오미. AP 연합뉴스

오사카 나오미. AP 연합뉴스

여자테니스 세계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일본)가 프랑스오픈 기권을 선언했다.

오사카는 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잠시 휴식기를 갖겠다"며 프랑스오픈 2회전부터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사카는 프랑스오픈 개막을 앞두고 대회 기간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으며, 5월 30일 1회전 승리 후 인터뷰 거부에 대한 벌금 1만5,000달러(약 1,6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계속 인터뷰를 거부하면 최대 실격 징계까지 가능하고, 추가 벌금과 앞으로 열리는 다른 메이저 대회에도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오사카에게 남은 경기 인터뷰 참석을 권고한 바 있다. 오사카는 이 대회 1회전에서 패트리샤 마리아 티그(63위ㆍ루마니아)를 2-0(6-4 7-6<7-4>)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해 있는 상태였다.

오사카는 이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내가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됐다"며 "다른 선수들이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또 내 정신 건강을 위해 기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이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오사카는 "2018년 US오픈 이후 우울증 증세로 힘들었다"며 "저를 아시는 분들은 제가 내성적이라는 사실도 잘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US오픈에서 처음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오사카는 이후 2019년 호주오픈, 2020년 US오픈, 올해 호주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서 네 차례 단식을 제패했다.

그는 "제가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대외적으로 말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항상 컸고, 기자회견도 그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오사카는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파리에 와서도 그런 느낌이 계속됐고 그래서 기자 회견 불참 계획을 밝혔던 것"이라며 "저로 인해 상처를 받았을 기자 분들께 사과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울러 오사카는 "대회 측에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대회가 끝난 뒤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인터뷰가 의무 조항인 것에 대해 "다소 구식인 규정"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 인터뷰를 거부하기로 하면서 "기자 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선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이유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경기에 패한 뒤 인터뷰에 대해 "넘어진 사람을 또 발로 차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며 "대회 관계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재고해주기를 바란다"고 선수가 인터뷰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했다.

프랑스 테니스협회는 오사카의 기권에 유감의 뜻을 표하며 "빨리 회복해서 내년에 다시 만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또 "선수들이 대회 기간 언론 관계를 포함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더 신경 쓰겠다"고 덧붙였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역시 "선수들의 정신 건강은 우리 투어가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부분"이라며 "최근 20년 이상 선수들의 멘털 케어 시스템 정비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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