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혐 논란' 포스터 고의 아니라던 GS리테일, 담당자 징계도 논란

입력
2021.05.3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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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징계·마케팅 팀장 보직해임
관련자 징계 수위와 기준 두고 의구심도
예방 조치·검증 강화 등 대응책 마련은 아직

GS25 디자이너가 지난 9일 블라인드에 올린 해명글과 문제가 된 이벤트 홍보 포스터. 집게 손가락 모양 이미지가 '남혐 논란'을 불렀다. 온라인 커뮤니티·GS리테일 제공

GS25 디자이너가 지난 9일 블라인드에 올린 해명글과 문제가 된 이벤트 홍보 포스터. 집게 손가락 모양 이미지가 '남혐 논란'을 불렀다. 온라인 커뮤니티·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이 '남성 혐오' 논란을 빚은 GS25 포스터 관련 직원들에게 내린 징계 수위와 근거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혐오 표현과 관련해 특별한 방침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계층의 반발을 의식해 징계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GS리테일은 남성 혐오 논란에 휘말린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에게 징계를 내리고 마케팅 팀장은 보직해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달 초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집게 손가락 이미지가 들어간 이벤트 포스터를 공개했다가 남성비하를 상징하는 표현을 담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GS리테일은 징계 수위와 기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사업부를 담당하던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부에서 손을 떼고 플랫폼BU라는 오프라인 사업만 총괄하게 됐다. 다만 GS리테일은 조 사장의 인사는 정기 인사로 남혐 논란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해고 수준의 강력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반면 주먹구구식으로 징계를 내렸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내부 규정, 검증 절차 강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보다 특정 계층의 여론에 휘둘려 담당자들 문책에만 집중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그동안 편의점을 둘러싼 혐오 관련 이슈가 터진 적이 없어 업계에서 혐오 표현에 특화된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거나 징계 기준을 세분화하지 않았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을 것으로 보는데, 마케팅 팀장의 경우 경고나 주의 선에서 징계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며 "보직해임이란 불명예스러운 징계를 내린 것은 가혹하지 않았나하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남혐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편의점을 비롯한 유통업계에선 집게 손가락 모양이 들어간 과거 홍보물을 수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매번 수시로 생성되는 혐오표현을 일일히 잡아낸다는 게 어렵다"며 "사회적 물의를 빚을 수 있는 표현을 사전에 예방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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