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직장 따라 "우리끼리만"…폐쇄형 플랫폼의 '커뮤니티' 야심

입력
2021.05.27 04:30
18면

광고 판치고 피로도 높은 블로그·SNS 대신
가입 절차 까다로워 이용자 간 신뢰도↑
맛집 추천·연애 상담에 동네 정보 공유도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에 믿을 만한 정보가 적다고 느낀 사람들이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폐쇄형 플랫폼에 몰리면서 이런 플랫폼들의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에 믿을 만한 정보가 적다고 느낀 사람들이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폐쇄형 플랫폼에 몰리면서 이런 플랫폼들의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최모(31)씨는 요즘 맛집 검색을 위해 직장인 전용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접속한다. '동네 이름+맛집'으로 검색하면 해당 지역에 직장이 있는 이들의 맛집 추천 댓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판교 맛집' 검색 화면에는 판교에 몰려있는 게임 개발사 직원들의 추천이 줄을 잇는다. 최씨는 "네이버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후기는 광고성 글이 너무 많아 믿기 어렵지만 이곳 정보는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블라인드는 회사 계정 메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이처럼 특정인만 입장 가능한 폐쇄형 플랫폼들이 방문 빈도와 앱 체류 시간 늘리기에 나서며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1세대 서비스로는 충족하기 힘든 정보 공유 공간이란 틈새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당근마켓 경쟁자는 중고나라? 맘카페?

동네 주민끼리의 중고거래로 시작한 '당근마켓'은 커뮤니티형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 중인 대표적 서비스다. 철저한 지역 기반형으로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선 GPS 위치 정보로 지역 인증을 받아야 한다. 같은 동네 사람이라는 유대감과 택배 없이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편의성으로 주간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에 달한다.

당근마켓의 '내 근처' 메뉴 검색창에 '맛집' '세탁소' 등 장소 키워드를 입력하면 지역 주민들의 이용 후기를 볼 수 있다. 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의 '내 근처' 메뉴 검색창에 '맛집' '세탁소' 등 장소 키워드를 입력하면 지역 주민들의 이용 후기를 볼 수 있다. 당근마켓 제공

최근 당근마켓은 중고물품 거래 외에도 지역 거주자들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우리 동네 지도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지도 위에 가게 이름과 정보가 나열되는 형식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후기가 공개되는 게 특징이다. 해당 지역 인증자라면 누구나 장소 정보를 입력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올린 장소에 대한 정보 추가도 가능하다.

음식점과 반찬가게부터 병원, 세탁소까지 토박이 이웃의 의견이 공유된다. 대표적인 동네 사람들의 정보 공유 공간인 '맘카페'가 당근마켓 경쟁자라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웃이 직접 입력한 지역 정보와 주민의 실제 후기를 지도 형태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며 "포털이나 SNS에선 볼 수 없는 동네 알짜배기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가치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상사 뒷담·주식 공유…소통 유도하는 이유는?

블라인드에 올라온 맛집 문의 글들. 맛집을 찾는 글을 올리면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직장인들이 댓글로 가게 추천을 한다. 블라인드 캡처

블라인드에 올라온 맛집 문의 글들. 맛집을 찾는 글을 올리면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직장인들이 댓글로 가게 추천을 한다. 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도 초반에는 같은 직군끼리만 게시판이 공유됐다. 하지만 점차 다른 직군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추가됐고 연봉 정보나 조직 문화를 나누던 수준에서 요즘에는 연애 상담, 주식 정보 공유까지 나아갔다.

명함을 사진으로 찍으면 자동으로 휴대폰에 이름·회사명·연락처를 저장해 주는 앱 '리멤버'도 커뮤니티 기능에 힘을 주고 있다. 상사에 대한 뒷담화 글에도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는 커뮤니티 카테고리에서 이용자들은 회사 생활 고충뿐 아니라 휴가 계획, 자녀 교육 등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는다.

기존 SNS는 서로 누구인지 아는 관계 중심이라면 폐쇄형 커뮤니티는 사는 곳이나 직장 등 최소한의 공통점 외엔 상대방을 서로 모르는 공간이다. 사생활 공개에 대한 피로도가 낮아 오히려 더 많은 정보 공유가 일어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람들이 자주 접속하고 오래 머무르면 시장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광고를 붙이는 사업모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에 대한 수수료는 0원이고 지역 타깃 광고로만 돈을 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대형 SNS에도 광고를 하지만 비용이 적지 않고 구매 전환율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폐쇄형 서비스는 이용 목적이 뚜렷한 이들이 접속하기 때문에 상품과 플랫폼의 조화를 잘 맞춘다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광고 채널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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