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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가장한 학폭...법원, 고교생 2명에 장기 8년~단기 4년형

입력
2021.05.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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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9세 미만 미성년자 소년법 적용해 장·단기형
폭행 장소 몰래 들어간 가해자 여자친구 집유 2년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스파링'을 가장한 폭행을 당해 의식 불명에 빠졌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고등학교 1학년생 아들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스파링'을 가장한 폭행을 당해 의식 불명에 빠졌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격투기 ‘스파링’을 가장해 동급생을 폭행, 중태에 빠뜨린 고교생 2명에게 단기 4년, 최대 8년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는 21일 선고 공판에서 중상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 기소된 A(17)군과 공범 B(17)군에게 장기 8년∼단기 4년의 징역형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에게 장·단기 형이 선고된 이유는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한 소년법 때문이다. 소년법상 유기 징역형의 법정 최고형은 장기 10년~단기 5년이다.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의 평가에 따라 장기형이 만료되기 전에도 출소할 수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군에게 장기 9년∼단기 4년의 징역형을, B군에게 장기 10년∼단기 5년의 징역형을 각각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이들과 함께 범행 장소인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 몰래 들어간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로 기소된 B군의 여자친구 C(17)양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평소 권투를 배웠고 싸움에 능해 또래들보다 우위에 있었다”며 “피해자에게 컵라면을 훔쳐 오라거나 새벽에 만나자고 요구했는데, 따르지 않자 권투 연습을 빌미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이어 “권투 연습은 피고인들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명분에 불과했다”며 “피해자는 머리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에서 잔혹하게 폭행을 당했고 생명을 거의 잃을 뻔했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자는 언어 능력과 운동 능력이 떨어져 장기간 재활치료가 필요하고 학교생활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책임이 매우 무겁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소년인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C양에 대해서도 “주거침입 당시 일정 수준의 폭력을 예상할 수 있어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소년보호 처분조차 받은 적 없는 초범인 점은 고려했다”고 말했다.

A군과 B군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3시쯤 인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 몰래 들어가 동급생 D(17)군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격투기 스파링을 하자며 D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한 뒤 2시간 40분가량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휴관 중인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몰래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D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한 달여 만에 깨어났으나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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