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검사 "대검 지시 없이 김학의 출금? 말이 안 돼"

입력
2021.05.17 18:4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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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피고인 이규원
돌연 SNS에 글 올리며 적극 반박 나서
이성윤 공소장 두고 "팩트+픽션" 비판도
대검, '공소장 비공유 설정법' 긴급 공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3일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JTBC 캡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3일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고 출국장으로 빠져나오는 모습. JTBC 캡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44) 검사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사가 대검찰청 지시 없이 움직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올해 초 논란이 불거져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이 검사가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검 사전 지시가 없는 긴급출금이었다면 '네가 사람이냐' 소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며 "즉시 직무배제되고 감찰이 개시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수사팀이 2019년 당시 대검 지휘 라인을 제외한 채 자신에게만 법적 책임을 묻는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이다.

이 검사는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 신분이던 2019년 3월 23일 새벽,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위법한 긴급출금을 요청한 혐의로 지난달 1일 기소됐다. 그는 이달 13일부터 페이스북에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당초 '비공개'였던 설정을 이날 '공개'로 바꾼 탓인지 해당 글들은 이제서야 외부로 공개됐다.

특히 이 검사는 지난 15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해 "검찰이 대검의 사전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면 도대체 나는 왜 기소한 건가. 그리고 지시자에 대해서는 왜 수사에 소극적인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 출국 시도 당시, 긴급출금을 요청하라고 했던 이광철 비서관에게 자신이 "정확하게는 '나는 대검 소속이므로, 대검의 사전지시 없이는 긴급출금요청서를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검찰 수사팀에도 같은 내용을 진술하며 "이후 이 비서관이 '대검 차장과도 이야기가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3일, 기소된 지 하루 만에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공소장 내용에 대해서도 이 검사는 "'팩션'(팩트+픽션)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는 수위 높은 표현으로 비판했다. 해당 공소장에는 이 검사에 대한 '수사 중단' 청탁이 이광철 비서관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 지시로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 경위 조사에 나선 대검은 이날 전국 일선 검찰청에 '공소장 등 결정문 비공유 설정 기능 안내'라는 제목으로 긴급 업무연락을 보냈다. 이 지검장 공소장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통해 검사 100명 이상이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검이 주의 환기 차원에서 '공소장 등 공유가 부적절할 경우 검색 또는 조회를 제한하는 기능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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