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비대위 "대주주 일가 2명 등기이사 사임...지분매각도 검토 중"

입력
2021.05.17 16:43
수정
2021.05.17 18:43
15면
구독

홍원식 전 회장 모친·아들 등기이사 사임
대주주 지분구조 개편까지 검토한다면서
홍 전 회장 등기이사 사임은 언급 안 해

9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스1

9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뉴스1

'불가리스 사태'로 위기에 몰린 남양유업 대주주 홍원식 전 회장 일가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이들은 지분 매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홍 전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연 남양유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홍 전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이사와 아들인 홍진석 이사가 등기이사에서 사임해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확대를 이사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자신의 사임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남양유업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 4명 중 이광범 대표이사를 제외한 총수 일가가 3명(홍원식·지송죽·홍진석)으로 이사회 절반을 차지했다. 지송죽·홍진석 이사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에 총수 일가는 홍 전 회장만 남게 됐다. 이 대표이사도 후임 선정 때까지만 대표직을 유지하다 사임할 예정이다.

정 비대위원장은 "(총수 일가가) 대주주 지분구조까지 포함해 새로운 남양으로 출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 알려왔다"고 전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남양유업의 지분 51.68%를 보유했다. 부인인 이운경씨, 동생 홍명식씨 등 가족 지분을 모두 합하면 대주주 일가 지분은 53.08%에 달한다.

지난 4일 홍 전 회장은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자녀에게도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11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홍 전 회장 일가에 소유·경영 분리를 요청했다. 현재 비대위는 강도 높은 혁신을 위해 세부 조직 인선과 외부 자문단 구성 등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불가리스 사태는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비롯됐다.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라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소비자들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했고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보한 상태다. 경찰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수사 중이다.

잇단 악재에 남양유업은 올해 1분기에도 부진한 경영실적을 이어갔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한 2,309억4,600만 원, 영업손실은 137억8,600만 원을 기록했다. 다만 원가 절감 등으로 지난해 1분기(205억5,400만 원)보다는 영업손실을 33% 줄였다.

이소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