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 학대로 의식 잃은 입양아... 회초리로 시작해 손찌검으로

입력
2021.05.17 14:51
수정
2021.05.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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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 친자녀들 학대 정황도
양모는 방임 혐의 입건 송치

두 살 입양아를 학대해 의식 불명에 빠트린 혐의를 받는 양부 A씨가 지난 1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두 살 입양아를 학대해 의식 불명에 빠트린 혐의를 받는 양부 A씨가 지난 1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뉴시스

입양한 두 살 딸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혐의로 구속된 양부는 4월 중순부터 아이를 때렸으며, 회초리 수준으로 시작해 점차 폭행 강도가 높아져 손찌검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부는 자신의 학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아이를 안고 어버이날을 맞아 처가댁을 방문하는가 하면 6시간 동안 깨어나지 않자 친자녀들을 본가에 내려 준 후 병원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이날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및 아동복지법상 신체학대 혐의로 양부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재진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승합차에 올랐다.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8일까지 경기 화성시 자신의 집에서 B(2)양을 나무재질의 구둣주걱과 효자손, 손바닥 등으로 모두 6차례에 걸쳐 다리와 허벅지, 얼굴과 머리 등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지난달 중순 효자손으로 한 대씩 발바닥과 종아리 등을 때린데 이어 이달 4일 구둣주걱으로 4~5회, 6일에는 구둣주걱과 손바닥으로 각각 3회, 1회씩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일에는 손바닥으로 B양 얼굴과 머리를 네 차례 때려 의식을 잃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서 “의자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올라가고, 울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우는 등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며 “평소 아이가 낮잠을 많이 자서 그날도 낮잠을 자는 줄 알고 어머님 댁에 데리고 가서 1시간 쉬고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식 불명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 부부는 6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야 B양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

A씨가 친자식들을 학대한 정황도 나왔다. A씨는 3월 초 친자녀 4명 중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 유치원생인 셋째 아이 등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발바닥을 한 차례씩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친자식들에 대한 추가 학대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아내 C씨에 대해서도 남편이 B양을 학대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병원 치료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정신 병력을 앓았거나 사건 당시 음주 상태인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B양의 치료 경과를 지켜보며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의료비 지원 및 친권박탈 신청에 나설 계획이며, 친자녀 등에 대한 면담과 구호 조치 등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양은 지난 8일 오후 5시쯤 경기 화성시 인근 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 갔다가 인천 길병원으로 이송돼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뇌출혈과 함께 얼굴을 비롯한 B양의 신체 곳곳에서 발생 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는 멍이 발견되자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B양은 서울 관악구의 베이비박스에서 처음 발견돼 경기도의 한 보육시설로 옮겨졌으며 A씨 부부는 해당 보육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 B양을 만난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지난해 8월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경기지역에서 그룹홈을 운영,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운영했으며, 부부 모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소지해 입양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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