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T&T·디스커버리 합병 초읽기… 미디어 전쟁 가열

입력
2021.05.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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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능가하는 미디어 공룡 탄생

워너미디어가 소유한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 본사. EPA 연합뉴스

워너미디어가 소유한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 본사. EPA 연합뉴스

미국 최대 통신사 AT&T의 미디어 사업 부문인 워너미디어와 케이블채널 디스커버리가 합병 초읽기에 들어갔다. 스트리밍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된 미디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만남이다. 넷플릭스를 능가하는 미디어 공룡의 탄생으로 전 세계 ‘미디어 전쟁’도 한층 치열해지게 됐다.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양사는 협상을 마무리 중이며 이르면 17일 합병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워너미디어는 대형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를 비롯해 케이블 뉴스채널 CNN과 영화채널 HBO, 스포츠채널 TNT, 오락채널 TBS 등을 거느리고 있고, 디스커버리는 동명 다큐멘터리 채널과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OWN), 인테리어 전문채널 HGTV 등을 두고 있다. 지난해 두 회사의 합계 매출액은 410억달러(약 46조4,300억원), 영업이익은 100억달러(11조3,200억원)로, 합병이 성사되면 넷플릭스나 NBC유니버설보다 규모가 큰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AT&T와 디스커버리는 그동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서비스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스트리밍서비스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다. AT&T는 수십억달러를 들여 지난해 5월 HBO 맥스를 출범시켰고, 현재 가입자 2,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더 많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올해부터 워너브러더스의 신작 영화도 극장 개봉과 동시에 HBO 맥스에 독점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디스커버리도 전 세계 시청자 수 1,500만명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를 합치면 시청자 3,500만명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미국 가입자만 7,300만명, 전 세계 가입자 2억명에 달하는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AT&T와 디스커버리는 공동 소유 형태의 회사 설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양사 간 합병을 두고 “AT&T가 미디어 자산을 리얼리티 TV 제국인 디스커버리와 결합함으로써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업체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을 계기로 더 많은 올드미디어가 인수ㆍ합병 경쟁에 뛰어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17년에는 디즈니와 21세기 폭스가 합병하기도 했다. NYT는 “온라인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디어 회사들은 몸집을 불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합병은 통신업을 기반으로 한 AT&T에 중대한 변화일 뿐 아니라 미디어 시장에서 또 다른 거래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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