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으로 번진 이·팔 갈등… 런던 한복판서 ‘反유대 구호’

입력
2021.05.17 15:40
유대인 향한 원색적 비난·혐오 발언
존슨 "부끄러운 인종차별" 파장 차단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영국 시민들이 15일 런던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영국으로까지 옮겨온 모양새다. 런던 한복판에서 이스라엘 공습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린 데 이어, 유대인 거주지역에서 반(反)유대주의 구호를 외치는 일까지 일어났다. 보리스 존슨 총리 등 정치권은 양측 충돌이 영국사회 내 ‘인종차별 확산’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혐오 차단에 나섰다.

영국 경찰은 16일(현지시간) 런던 북부 유대인 거주지역 세인트존스우드에서 유대인 혐오 구호를 외친 남성 4명을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범행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이 동영상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동영상에서 남성들은 차량에 팔레스타인 국기를 달고 거리를 활보하며 구호를 외쳤고, 선루프를 열고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유대인들은 엿먹어라” “그들의 딸을 강간하라” 등 증오가 가득 담긴 언사를 쏟아냈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해 주변을 수색한 끝에 이날 오후 용의자들을 모두 검거했다.

영상이 공개되자 즉각 각계에서 비판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영상을 촬영한 유대계 시민은 BBC방송에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라며 “유대인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옷차림을 하고 거리를 걸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무섭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도 “영국 유대인들은 오늘 목격한 부끄러운 인종차별을 견뎌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ㆍ팔 갈등의 파장은 전날부터 이어졌다. 15일 런던 시내에서 열린 이스라엘 규탄 시위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두둔하는 영국 정부를 비난했다. 시위 참석자들은 “민간인을 죽이는 가자지구 폭격은 전쟁범죄”라며 “이스라엘에 군사ㆍ재정적 지원을 계속하는 한 영국 정부도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런던 시내를 행진해 이스라엘 대사관까지 향했고, 제레미 코빈 전 노동당 대표도 얼굴을 비쳤다.

다만 시위 주최 측은 남성들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최 측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를 비판한다”며 “오늘 붙잡힌 남성들은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당신이 관심 있을만한 이슈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