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학의 출금' 개입 안했다던 대검도 관여 정황... 지휘 책임 판단은?

입력
2021.05.17 04:30
①대검 과장 "동부지검 내사번호 기입" 발언
②윤대진, 안양지청에 "대검 차장도 오케이"
③尹, 출금 당일 문무일·봉욱 전화통화 시도
실제론 대검 승인 없었는데, '와전' 가능성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65)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2년여 전 긴급 출국금지(출금) 조치가 취해졌던 당일, 대검찰청도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상당수 포착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과정에 대검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그동안 알려졌으나, 이와 배치되는 일부 사실관계도 파악됐던 셈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팀은 대검 수뇌부에 지휘책임을 묻기보단,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윗선’ 쪽에 향후 수사의 무게 중심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대검의 관여 정황들에 대해 검찰이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않는 한, 나중에 ‘선택적 수사를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이 포착한 대검 핵심 관계자들의 관여 정황은 최소 세 가지다. 지난달 1일 기소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검사, 이달 12일 재판에 넘겨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엔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내용들이다.

대검 기조부 문서, 윤대진 발언에도 '봉욱' 등장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2019년 3월 대검 기획조정부 소속 L 연구관이 김 전 차관 긴급출금 상황을 기록한 문서에 등장한다. 문찬석 당시 대검 기조부장이 ‘출금 과정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작성을 지시했던 이 문서엔 김 전 차관의 해외출국 시도가 있었던 2019년 3월 22일 밤, 김태훈 당시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L 연구관에게 말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 “(봉욱) 대검 차장과 (이성윤)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이 협의해 (김 전 차관의) 출금 조치를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서울동부지검 내사번호를 임의로 부여해 긴급출금을 요청하는 게 어떻겠냐”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검 기조부는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은 위법한 조치’라는 입장이었으나, 김 과장의 이러한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 이규원 검사가 그간 알려진 것처럼 ‘대검 승인도 없이 차 본부장 및 이광철 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과만 논의한 상태에서 긴급출금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검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광철 비서관이 ‘법무부와 얘기가 됐다’고 하길래 ‘난 검사여서 대검 승인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후 이 비서관이 ‘대검 차장과도 이야기가 됐다’고 하기에 긴급출금을 요청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커다란 논란이 됐던 ‘동부지검 허위 내사사건 번호 기재’도 이 검사 단독 판단이 아니었다는 유추 역시 가능하다.

또 다른 정황은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9년 6월 이현철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장과 나눴던 대화다. 윤 전 국장은 안양지청이 ‘김학의 불법출금’ 부분도 수사하려 하자 이를 막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그는 이 전 청장에게 “대검 차장도 ‘오케이’ 해서 출금 조치를 한 것”이라며 봉욱 전 차장검사를 특정했다고 한다. 이성윤 지검장 공소장에는 윤 전 국장의 이 같은 발언이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 서울동부지검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이라는 표현으로만 기재됐다.

검찰이 재구성한 '김학의 출국금지' 당시 법무부·대검찰청·청와대 간 통화내역. 그래픽=신동준 기자


윤대진, 문무일·봉욱에 전화... 조국과도 통화

세 번째 정황은 2019년 3월 22일 밤, 윤대진 전 국장이 문무일 전 검찰총장, 봉욱 전 차장에게도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실제 통화가 이뤄졌는지는 불확실하다. 윤 전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두 사람 모두 전화를 안 받았다”고 진술했고, 문 전 총장과 봉 전 차장도 통화 사실을 부인하거나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른 정황들도 감안할 때, 윤 전 국장이 최소한 봉 전 차장과는 연락이 닿아 김학의 전 차관 출금 관련 내용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통신기록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법무부와 대검, 청와대 관계자들 간 의사전달 과정을 대부분 복원했다. 차규근 본부장이 출금 필요성을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 및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에게 각각 전달했고, 이후 ‘이용구 실장→윤대진 국장→조국 민정수석→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규원 검사’(당시 직책 기준) 순서로 연락이 이뤄졌다는 게 주된 골자다. 특히 윤 전 국장과 조 전 수석, 조 전 수석과 이광철 비서관 사이에선 수 차례 연락이 오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로선 △봉욱 전 차장이 실제 출금을 승인했을 가능성 △지휘부에선 출금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 전달 과정에서 와전됐을 가능성 등이 함께 거론된다. 검찰 지휘 체계에 밝은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대검 수뇌부가 승인했다면, 김 전 차관 출금 이튿날 서울동부지검장의 내사번호 추인 거부 등 사후수습이 잘 안 된 부분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대검 분위기도 긴박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준기 기자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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