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세금 완화 방안 나와도 시기가 문제..."작년에 했어야"

입력
2021.05.17 04:30
여당발 설왕설래에도 시장은 조용
집값 안정 가능성 여전히 불투명

4일 서울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앞에서 시민이 매물 전단을 보고 있다. 뉴시스

여당이 주택 실수요자의 마음을 잡고자 온갖 수단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각에서문재인정부 부동산 기조 후퇴라는 비판이 나와도 대출은 물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까지 완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 4년간 없었던 대대적 변화가 예고됐지만 시장은 조용하다.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을 수 있는 다주택자는 이번 대책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거래 자체가 숨죽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기가 늦었다고 평가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 부동산 세제와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재산세율 인하 상한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리는 한편, 무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양도소득세 완화도 테이블에 올랐다. 세법상 고가 주택 기준은 9억 원인데, 이를 12억 원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유 및 거주 기간을 각각 2년씩만 충족하면 시세 12억 원 아파트 1주택자는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고가주택 기준이 높아지면 취득세율도 낮아진다. 이 밖에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여당의 설왕설래에도 시장 분위기는 냉담하다. 집을 팔 사람들은 작년에 일찌감치 매매를 끝마쳤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양도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상향해도 이미 집값이 그보다 크게 올랐기에 체감 수준은 낮을 것"이라며 "지금은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 집주인이 많고 매수자도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장에 대한 학습효과도 한몫한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종부세 인상이 예고되면서 과세기준일인 작년 6월 직전에 집값이 내려간 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과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각각 0.10%, 0.20% 떨어졌다. 당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약 6개월간 한시 배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후 집값은 다시 급등했다.

업계에서는 양도세가 작년에 완화됐어야 한다고 아쉬워한다. 강남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B씨는 "작년에 보유 주택을 팔거나 이사를 하려는 매도자가 많았으나 양도세를 내면 오히려 주거 하향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종부세율이 실제 오르지는 않았지만 양도세 인하가 이뤄졌다면 작년 하반기에 일어난 집값 불안 양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마찬가지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다주택자를 규제하는 과정에서 규제를 일괄적으로 강화하면서 실수요자에게 부작용이 돌아갔다"며 "늦었지만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의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매물을 내놓을 수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강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 정부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집값 안정보다는 실수요자 부담 경감 정도로 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일부 아파트 가격이 새 과세 기준으로 수렴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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