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동만 했어도… 노래주점 손님 112 신고 직후 피살

입력
2021.05.13 15:11
수정
2021.05.13 15:47
10면
구독

노래방서 시신 훼손한 뒤 차량에 보관하다 유기
경찰 "긴급성·위험성 없다고 판단...미흡했다" 해명

12일 오전 인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래주점 업주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주점에서 40대 남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인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래주점 업주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주점에서 40대 남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한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업주가 술값 문제로 손님이 112에 신고한 직후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손님이 사망 전 112에 신고를 했으나 출동하지 않은 데 대해 "종합적으로 봤을 때 긴급성과 위험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살인과 사체 유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한 노래주점 업주 A(34)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2시 6분에서 24분 사이 자신이 운영하는 신포동 노래주점에서 손님 B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돈이 없다.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혼나 볼래"라며 112에 신고하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달 24일 노래주점에서 B씨 시신을 훼손한 뒤 비닐봉지에 담아 자신의 BMW 승용차에 보관하다가 같은 달 26~29일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B씨 소지품 등을 송도국제도시 등지에 버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 시신을 유기하려고 차량에 보관하다가 지난달 26일 이후 철마산 기슭에 유기했으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며 "보강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13일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독자 제공

13일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독자 제공

B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30분쯤 지인과 함께 노래주점을 찾았다가 실종됐다. 그는 과거에도 한 차례 이 노래주점을 찾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26일 "아들이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B씨 아버지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조사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새벽 2시 10분쯤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하다가 B씨가 나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그러나 12일 체포된 뒤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자백하고 시신 유기 장소를 실토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철마산에서 훼손된 B씨 시신을 수습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6시 24분쯤 자신의 노래주점 인근 가게에서 14ℓ짜리 락스 1통과 75ℓ짜리 쓰레기 봉투, 테이프 등을 샀다. 그는 같은 날 오후 3시 44분쯤 노래주점 앞 음식점을 찾아가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경찰은 A씨가 락스 등을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2시 4분쯤 업주 A씨와 술값 문제로 다투다가 112에 "술값을 못 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인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은 긴급 상황으로 보지 않고 관할 인천 중부서에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가 '술값을 못 냈다'고 했을 뿐 범죄 피해 신고는 없었다"며 "피해자가 욕설 섞인 말을 하는 반면 상대방은 별 소리가 없었고 피해자 목소리 톤도 차분한 데다 싸우는 소리 등 소음도 없어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긴급성이나 위험성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신고 접수 경찰관이 '제가 알아서 하는 거예요'라고 피해자가 말한 것을 신고 취소 의미로 받아들이고 먼저 끊은 점, 업주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미흡했다"며 "직무교육을 강화하는 등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