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주점서 사라진 40대… 그날 업주는 락스·청테이프 샀다

입력
2021.05.12 18:20
수정
2021.05.12 18:27
구독

경찰, 112신고에도 "위급한 상황 아냐" 묵살

12일 오전 인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노래주점 30대 업주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인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 출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노래주점 30대 업주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의 노래주점에서 40대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주점 업주가 범행 당일로 추정되는 날에 락스와 청테이프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살해된 손님은 사망 전 술값 문제로 업주와 다투는 과정에서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아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로 이날 체포된 30대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6시 24분쯤 인천 신포동 자신의 노래주점 인근 가게에서 14ℓ짜리 락스 1통과 청테이프 1개 등을 샀다. 그는 같은 날 오후 3시 44분쯤 노래주점 앞 음식점을 찾아가 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작동하는지도 확인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오전 2시쯤 노래주점에서 4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노래주점 내부 현장감식과 CCTV 분석 결과를 토대로 A씨를 피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주점 내부에서 발견된 B씨의 혈흔 △B씨가 주점에서 나온 흔적이 없는 점 △A씨와 B씨가 주점에서 단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볼 때 A씨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봤다.

경찰은 A씨가 락스와 테이프 등을 이용해 시신을 훼손하거나 유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차량 이동 경로를 분석해 인천신항 일대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수색하고 있다.

경찰관들이 12일 인천 연수구 송도신항 한 공터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경찰관들이 12일 인천 연수구 송도신항 한 공터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경찰은 B씨가 숨진 당일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당시 업주 A씨와 술값 문제로 다투다가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긴급 상황으로 보지 않고 지구대에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B씨는 지난달 21일 오후 7시 30분쯤 지인 C씨와 함께 노래주점을 찾은 뒤 실종됐다. 지난달 26일 "아들이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B씨 아버지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달 3일 34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지만 B씨 행적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노래주점 출입구 3곳에 설치된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주점에 들어간 지 2시간 20여 분 후인 오후 10시 50분쯤 C씨가 나오는 모습이 찍혔다. 그러나 B씨는 주점에서 나오는 장면이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노래주점 내부를 수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B씨 휴대폰 위치 추적 결과 노래주점이 마지막 위치로 확인됐다. 지인 C씨는 경찰에서 "B씨가 주점에서 더 놀겠다고 해서 먼저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환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