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난 '충무로 맏형'... 이춘연 대표에 추모 이어져

입력
2021.05.12 17:21
'여고괴담' 시리즈 등 제작... 11일 돌연사

12일 서울 강남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이춘연 씨네2000 대표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장례준비위원회 제공

국내 영화계 맏형 역할을 했던 영화 ‘여고괴담’의 제작자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70세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영화계에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장례식은 제작자로는 드물게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고인은 11일 외부 일정을 소화하다 급작스러운 흉통을 겪은 후 귀가했다가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돌연 심장사로 숨졌다.

1951년 전남 신안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1970년대 후반 연극계에서 활동했다. 1983년 활동 영역을 충무로로 옮기며 영화 일에 뛰어들었다. 영화 ‘과부춤’(1984)을 시작으로 ‘영웅연가’(1986)와 ‘접시꽃 당신’(1988),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 등을 기획했다. 뉴스앵커가 테러리스트와 생방송으로 통화를 나눈다는 이색 소재를 다룬 ‘더 테러 라이브’(2013)를 제작해 관객 558만 명을 모으기도 했다.

고인의 대표작으로는 ‘여고괴담’(1998)이 꼽힌다. 국내 공포 영화의 새 지형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고괴담’은 시리즈물이 드문 국내 주류 영화계 제작 경향을 깨고 5편까지 만들어졌다. ‘여고괴담’ 시리즈는 감독과 배우 등용문 역할을 하며 국내 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감독 김태용 민규동 윤재연 등이 이 시리즈를 통해 데뷔했고, 배우 김규리와 최강희, 박진희, 공효진, 송지효, 박한별, 김옥빈 등도 ‘여고괴담’으로 얼굴을 알렸다. 고인은 시리즈 6편인 ‘여고괴담 여섯번째 이야기: 모교’의 제작을 지난해 완료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개봉을 미뤄왔다.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2013년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인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참여한 영화인회의 이사장과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대표로 일하며 영화계 좌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영화인 사이 갈등을 중재하거나 영화계 발전을 위한 여론 형성에 앞장섰다.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고인을 “부산국제영화제의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고인은 영화계에선 드물게 적이 없는 영화인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화계에 오래 활동하다 보면 여러 이익관계 때문에 등 돌리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인데 고인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했기 때문에 두루 존경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12일 꾸려진 고인의 장례준비위원회는 영화계 주요 인사들로 구성됐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장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원로 배우 신영균ㆍ손숙, 원로 감독 임권택ㆍ정진우, 원로 제작자 황기성 황기성사단 대표가 장례고문으로 위촉됐다.

영화인장이 치러지는 것은 배우 신성일(1937~2018)씨 별세 이후 3년 만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정희씨, 아들 용진ㆍ성진씨가 있다. 빈소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영결식은 15일 오전 열린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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