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태교, 현대인에게도 어색하지 않아… 아버지 태교도 강조”

입력
2021.05.17 17:30
국립고궁박물관 '왕실태교 교육' 꾸준한 인기
[인터뷰] 우혜승 강사·채혜련 주무관·유연미 연구원

국립고궁박물관의 온라인 왕실태교 교육을 하고 있는 우혜승 강사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박물관 사무동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는 미혼이라 태교가 그닥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수업을 준비하며 그 시절 태아 발달 과정에 따라 아기를 대하는 방식이 다른 것을 알게 돼 엄청 놀랐어요. 태중의 생명을 소중히 생각했던 조상들의 생명존중 사상도 인상적이에요(채혜련 주무관).”

국립고궁박물관의 왕실태교 교육은 2009년 시작 이후 반응이 좋아 지금까지 살아 남은 박물관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부터 교육이 중단됐지만, 잇단 수업 개설 요청에 지난 4월 온라인 교육으로 부활했다. 'K태교'는 어떤 이유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임신부를 대상으로 왕실태교 교육을 하고 있는 우혜승 강사와 박물관 교육 담당자 채혜련 주무관, 유연미 연구원을 만났다.

왕실태교 교육 담당자인 채혜련(왼쪽) 국립고궁박물관 주무관과 유연미 연구원. 홍인기 기자·고궁박물관 제공

한 시간짜리 강의 총 3회차로 구성된 교육을 듣다 보면, 우리 선조가 일찍이 태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정립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우혜승 강사는 “조선 왕실에서는 임신 3개월부터 태교를 시작했다. 성현의 말씀을 새긴 옥판을 읽고, 장신구를 만지며 예쁜 아기가 태어나길 바랐다. 5개월부터는 목소리가 좋은 내시나 상궁이 명심보감, 천자문 등을 낭송하는 것을 들었고, 7개월이 되면 두뇌 발달을 위해 아침 식전에 순두부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우혜승(오른쪽) 강사와 채혜련 주무관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태를 담아 보관하던 태항아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조선 시대에 임신부의 역할만 강요하지 않고, 아버지와 가족의 참여가 중요함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런 내용은 세계 최초의 태교 단행본 '태교신기'에 나와 있다. 태교신기는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인 사주당 이씨가 1800년(정조 24년)에 저술한 책으로, 아버지 역시 아이를 가질 때와 가졌을 때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고 절제된 행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가족들은 임신부가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도록 분한 일, 흉한 일, 놀랄만한 일을 되도록이면 임신부에게 알리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수업 개발에 참여한 유연미 연구원은 “태교신기는 일본 사람들도 활용했을뿐더러, 서양에선 찾아보기 힘든 우수한 전문 서적”이라며 “실제 저자는 자신의 아이(한글 연구서 ‘언문지’를 펴낸 유희)를 훌륭히 키워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선 왕실의 태교는 현대에 내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조선 왕실의 태교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우혜승 강사는 독서 태교를 추천했다. "임신 5개월 차엔 보통 입덧이 끝나는데, 마침 그때가 태아의 청각이 발달하는 시기거든요.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더 좋아요." 유연미 연구원은 침선(바늘에 실을 꿰어 옷 등을 짓거나 꿰매는 일)을 권했다. "꼭 바느질이 아니더라도 붓글씨처럼 손을 많이 움직이는 활동을 하면 좋아요. 태아의 오감 발달에 도움이 될 겁니다." 채혜련 주무관은 태교 음식 만들기를 꼽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체험 활동이 교육에서 빠져있어요. 집에서 복령두부찜(으깬 연두부에 복령가루를 섞어 찐 음식), 초교탕(닭국물에 도라지, 미나리, 버섯 등을 넣어 담백한 맛이 나게 끓인 탕) 등 태교 음식 만들기를 추천합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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