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끼임' 사고 현장에 방호·경보 장치만 있었어도…

입력
2021.05.10 17:00

8일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1열연공장 가열로 3호기 모습. 금속노조 제공

현대제철소 40대 근로자의 ‘끼임’ 사고사 등 최근 잇따른 산재사망 사고 현장에 방호·경보·잠금 장치만 제대로 설치돼 있었어도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0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현대제철 중대재해 및 고용부 천안지청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속노조는 8일 사망사고 지점인 현대제철 당진공장 1열연공장 가열로 3호기 설비가 자동 가동되는 상태였는데도 방호울, 경고 센서, 출입을 통제하는 시건장치 등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곳에는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한 ‘H빔 형태’의 뜨거운 철 반제품인 ‘워킹 빔’이 움직일 때, 근로자가 이에 부딪힐 위험이 상존한다. 그런데도 근로자와 움직이는 ‘워킹 빔’의 접촉을 막는 울타리, 접촉이 일어날 수 있는 경우 울리는 경보 장치, 출입을 통제하는 잠금 장치,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게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사망자는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이상소음을 신고하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안전보호구를 착용한 채 홀로 이동하다 움직이는 워킹빔과 바닥의 고정빔 사이에 머리가 끼는 참변을 당했다고 금속노조는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인은 소음이 발생한 설비를 점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점검작업은 정비작업과 달리 2인 1조 작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점검작업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설비를 갖추고 2인 1조 근무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강정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점검작업이라 해도 장소가 대형설비에 의한 협착 위험이 있는 곳이라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거기다 2인 1조 근무를 해야 사고가 생길 때 비상정지 버튼이라도 누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사고 발생지점 외에도 현대제철 1열연공장 내에 3개의 동일ㆍ유사 설비가 있는데도 고용부 천안지청이 즉각 작업중지 명령을 하지 않은 것은 추가 사고를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고용부가 동일ㆍ유사설비 작업을 즉각 중단시키고, 특별감독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추락사한 40대 근로자 사망사고 현장에 대해서도 사다리 주변에 등받이울이 없고, 난간대가 얇게 설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약 300㎏의 지지대가 무너져 사망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 현장에도 수신호 담당자와 안전관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국장은 “안전설비 미비를 이유로 사고 사업장의 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앞당겨졌더라면 사업주가 좀 더 위기감을 느끼고 안전관리 예방조치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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