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겨도 머리 아픈 英 존슨... '스코틀랜드 독립' 이슈 7년 만에 수면 위로

입력
2021.05.10 19:20
독립 지지 스코틀랜드국민당 제1당 사수
2023년 말 분리독립 국민투표 추진 공언
존슨 "함께 일해야 스코틀랜드 이익 보장"
스터전 "투표 방해하면 존슨 감옥 가야 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7일 잉글랜드 북부 하트풀을 찾아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하트풀=AFP 연합뉴스

지방선거 압승의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이란 난제에 맞닥뜨렸다. 같은 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도 의회 1당 사수에 성공한 탓이다. SNP 당대표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2023년 말 분리독립 국민투표 재추진 카드를 꺼내 들었다. 7년 만에 통합이냐 독립이냐를 두고 치열한 여론전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존슨 총리는 9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ㆍ웨일스ㆍ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에게 초청 서한을 발송했다. 앞서 6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의 승리가 확실해진 직후다. 서한에는 잉글랜드를 포함한 4개 정부가 ‘공동의 도전과제’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존슨 총리는 “영국 국민의 이익, 특히 스코틀랜드 시민의 이익은 우리가 함께 일할 때 가장 잘 제공된다고 믿는다”며 이번 회의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추진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 감염병 공동 대응이 시급한 만큼 분리독립 추진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스터전 수반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저녁 존슨 총리와의 통화에서 “두 번째 분리독립 국민투표는 시행 여부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며 강행 방침을 기정사실화했다. 2014년 첫 국민투표에선 55%가 영국 잔류를 택해 독립이 무산됐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스터전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도 “존슨이 (국민투표를) 멈추고 싶다면 법정에 가야 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스코틀랜드 정부가 분리독립 투표를 하려면 영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약 존슨 총리가 불허해도 투표를 강행할 경우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9일 에든버러 관저에서 나와 취재진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에든버러=AP 연합뉴스

스터전 정부는 7년 전과 지금은 독립 추진을 둘러싼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고 보고 있다. 최대 변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였다. 스코틀랜드인 상당수(62%)가 반대했던 브렉시트를 밀어붙이면서 보수당 정부에 대한 반감이 훨씬 커졌다.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처도 민심 이반을 불렀다.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에서 독립 지지율은 58%로 정점을 찍었다.

물론 SNP의 선거 승리가 분리독립 지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정치적 내분과 다른 스코틀랜드 정당 지도부의 잦은 변화 등을 고려하면 별다른 대안이 없어 SNP에 표를 준 측면도 있다”면서 “스터전 개인의 인기도 분리독립 지지도와 일치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NP는 이번 선거로 스코틀랜드 의회 129석 중 64석을 차지했다. 근소한 차로 과반에는 못 미쳤지만 녹색당 의석(8석)까지 더하면 독립 지지 정당이 의회 다수를 점하게 됐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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