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삶, 1인분의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농심 #오뚜기

입력
2021.05.13 21:00

1인분의 삶, 1인분의 라면을 주제로 한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펴낸 윤이나 작가는 "누구나 라면이 우리 삶을 책임져주는 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이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일평생 라면을 먹어온 것은 아닐까. 최근 에세이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펴낸 윤이나(38) 작가는 누구보다 라면에 진심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모든 이가 라면을 나만큼 먹고, 나처럼 좋아하고, 진심으로 라면을 열심히 끓이면서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책으로 쓸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래선지 이 책 안에는 라면에 대한 그의 신심이 한가득이다.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법도 대거 방출된다. 라면이 끓는 동안 전기포트에 따로 물을 올려 부족한 물을 추가하거나, 차갑게 먹는 비빔면의 경우 봉지를 뜯자마자 액상소스를 냉장고에 넣어두는 식의 팁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의식들이 보편이 아니라는 게 그로서는 오히려 의아할 지경이란다.

이런 라면에 대해 쓰자니 그는 "쓸 말이 너무 많아 머리가 팽팽 돌았다"고 했다. 정리하고 나니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라면 책답게 라면을 끓이는 순서대로 구성된 목차가 삽시간에 완성됐다. 주제는 1인분의 삶, 1인분의 라면. 그는 내 입맛을 아는 내가 나를 위해 끓인 라면, 오직 나를 위한 1인분의 라면에 대해 썼다.

윤 작가 역시 1인분이 주종목인 사람이다. 대도시 서울에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비혼 여성으로서, 지속가능한 1인분의 삶을 꾸리는 게 그의 일생일대 화두다. 이 책은 "30대 비혼 여성이 라면을 이렇게 많이 먹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여전히 라면을 끓이고 있는, 그러면서 내 삶의 1인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야기"라는 게 그의 설명. 그가 이 책을 쓴 건 우연이 아니다.

"누구나 라면에 대한 이야기가 없을 순 없다고 생각해요. 생각하지 않을 뿐이죠." 독자 반응을 보면서 그는 이렇게 확신했다. 정작 책 내용보다는 각자의 라면 이야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윤 작가는 "야근이 많다거나 바빠서, 나를 먹이는 일에 시간과 돈을 쓰지 못하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면서 "라면이 우리 삶을 책임져 주는 순간"이라고 했다.


윤이나 작가의 세 번째 책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는 출간 한 달 만에 중쇄를 찍었다. 웹드라마화를 요청하는 독자 반응도 잇따른다. 배우한 기자

공교롭게도 그가 펴낸 세 권의 책은 모두 에세이집이다. 14년간 30가지 아르바이트를 종횡무진한 경험을 쓴 첫 번째 책 '미쓰윤의 알바일지(2016)'나 자영업자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외환위기를 거쳐 성장한 '83년생 윤이나'에 대한 '우리가 서로에게 미래가 될 테니까(2019)'까지.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에서 출발해 자기 세대의 삶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건 그의 장기다. 라면에 얽힌 그만의 사적 경험이 밀레니얼 세대 여성의 삶과 일로 가닿는 이번 책 역시 그렇다.

"여성이 만든, 여성이 중요하게 등장하는, 여성이 쓴 이야기들을 찾고 발견하고 더 유심히 보는 것이 제겐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동시에 세상도 더 낫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여성이 보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팟캐스트 '시스터후드'의 진행자로도 2년 넘게 활동 중이다.

지난 4월 출간 한 달 만에 이 책은 중쇄를 찍었다. 내친김에 욕심을 더 내본다. "그럴 생각으로 쓴 건 아닌데 이 책으로 웹드라마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제목부터 딱 요즘 감성과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라면 회사에서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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