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취소하라"... 사흘 만에 30만 청원 동의

입력
2021.05.09 16:58
수정
2021.05.09 21:2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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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취소 온라인 청원 30만 돌파
확산세 계속·느린 백신·의료진 부족
변함없는 IOC·일본 정부 개최 강행

9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육상 시범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육상 시범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두 달 여밖에 남지 않은 일본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악재가 쌓이고 있다. 손님맞이 준비를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30만 명을 넘어섰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감염병 위기에 대안이 될 것으로 믿었던 백신 접종도 더디고, 허술한 대비까지 고개를 드는 등 ‘3중고’가 맞물린 결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가 강행 의지를 밝힐수록 민심은 올림픽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9일 온라인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사람들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해 도쿄올림픽 개최 취소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3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관계자 6인에게 보내는 글을 게재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우쓰노미야 전 회장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집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 대한 지원은 등한시되고 있다”며 올림픽을 취소해 마련한 돈으로 빈곤층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마따나 도쿄올림픽 개최(7월 23일)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본 내 코로나19 상황은 긴급사태를 3차례나 발령하고도 잡히기는커녕 확산 일로다. 급한대로 일본 정부는 개최지 도쿄도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 발효 중인 긴급사태 기간을 20일 늘려 이달 말까지로 연장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NHK방송에 따르면 8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7,192명으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도쿄도도 1,12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아 106일 만에 가장 많은 환자가 나왔다.

감염병 확산을 잠재울 백신 접종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올림픽 개막 전까지 상당수 시민은 백신을 맞기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앞서 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발표한 7월 말까지 ‘하루 100만 명 백신 접종’ 계획 달성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발표 직전 22일 간 1차 접종을 마친 고령자 수만 봐도 고작 24만 명에 그친 탓이다.

올림픽에 대비한 의료인력 수급 대책조차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 지난달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 집단백신 접종장을 설치하는 지자체 5곳 중 한 곳은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없는 인력을 다시 쪼개 행사에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 공백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우쓰노미야 전 회장은 “현재 도쿄 등에서 겪고 있는 의료자원 부족 사태는 올림픽이 의료진과 시민, 선수단에게 얼마나 큰 위험과 공포를 주게 될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IOC와 일본 정부는 비판 의견에는 귀를 닫고 정상 개최 입장만 되뇌고 있다. 존 코츠 IOC 부위원장 겸 조정위원장은 8일 연례총회에서 도쿄올림픽 취소ㆍ연기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가 총리 역시 보완 대책 설명은 생략한 채 “국민의 목숨과 건강을 지키고 안전ㆍ안심 대회를 실현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도쿄올림픽 육상경기 테스트 대회가 열린 신주쿠 국립경기장 주변에선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올림픽 개최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올림픽보다 목숨을 지켜라’ ‘성화 봉송 중단’ 등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국립경기장 주변을 돌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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