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불법출금’ 이규원 검사의 돌발 주장... “봉욱 대검 차장 지시 따른 것”

입력
2021.05.07 19:14
수정
2021.05.07 23:5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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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첫 공판준비기일서 입장 표명
봉욱 "사실과 다른 주장 한다" 일축
검찰 기소 '적법성' 두고 불꽃 공방
법원 "공수처 기소권 문제, 곧 판단"

2019년 5월 9일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이 '뇌물수수·성범죄 의혹' 사건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2019년 5월 9일 김학의(왼쪽) 전 법무부 차관이 '뇌물수수·성범죄 의혹' 사건으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으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 측이 7일 법정에서 “(2019년 3월) 봉욱 당시 대검 차장검사와 법무부 지시를 받고 긴급출금 요청서를 발송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년 전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출금 조치는 자신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 검찰 지휘계통에 따른 상급기관 고위 관계자의 지시를 이행한 것이라는 취지다. 이 사건과 관련, 봉욱 전 차장의 구체적인 관여 정황에 대한 언급이 나온 건 처음이다. 하지만 봉 전 차장은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선일)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두 사람은 2019년 3월 말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이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해외 출국 시도를 위법한 방식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다. 이 검사는 당시 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로 활동하며 김 전 차관 사건을 맡았다.

이규원 "金출금 위법이면 대검 차장이 직권남용 주체"

이 검사 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봉욱 전 차장을 거론하면서 “대검의 사전 지시를 받아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건 긴급출금 이후 대검도 적법하다고 판단해 언론에 공표했다”며 “(출금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검 차장이 직권남용 주체이고, 이 검사는 대상자(피해자)가 아닌가 싶은데 기소가 이렇게 된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재판 종료 후에도 변호인은 “이규원 검사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제3자 지시를 받고 (김 전 차관의) 출금 요청을 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대검 지시, 구체적으로는 봉욱 (당시) 대검 차장의 사전지시를 전달받아 출금요청서를 발송했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봉 전 차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이 아니라, 양측 주장과 사건 쟁점 사항을 정리하는 사전 절차였음에도 시종일관 이 검사 측과 검찰 간 불꽃 튀는 공방이 이어졌다. 우선 이 검사 측은 “(출금 요청 당시) 김 전 차관이 뇌물수수 피의자 성격을 갖고 있고, 공소시효 문제 극복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출입국관리법상 긴급출금은 ‘피의자’에 한해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함께 기소된 차 본부장 측도 “긴급출금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승인 결정을 내렸고, 어떤 위법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나 내사가 없었으므로 ‘위법한 긴급출금’이며, 두 사람에 대한 기소도 정당했다고 강조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2019년 6월 17일 봉욱(왼쪽)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출근하며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6월 17일 봉욱(왼쪽)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로 출근하며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법 위반" vs "적법한 기소"

검찰 기소의 ‘적법성’을 두고도 팽팽한 신경전이 빚어졌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공소제기 여부는 우리가 판단할 테니, 수사 종료 후 송치해 달라’며 검찰에 이규원 검사 사건을 재이첩했으나,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를 무시하고 이 검사 기소를 강행했다. 이 검사 측은 이런 사실을 들어 “공수처법을 위반한 공소제기 처분이므로, (법원이)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어느 면에서 보나 이 검사에 대한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맞받아친 뒤, “다만 피고인 측 주장을 감안해 재판부가 다음 준비기일이나 1회 공판 때까지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공수처의 기소권이 독점적ㆍ배타적인지, 검찰에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가능한지 등을 쟁점으로 보고 검토 중”이라며 “당장은 어렵지만, 늦기 전에 어떤 쪽으로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공수처와 검찰이 공개 마찰을 빚은 사건 이첩 문제에 대해선 조만간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오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6월 15일로 잡았다.

검찰은 또,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이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 사건을 이첩받은 뒤 직접수사 또는 검찰 재이첩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는 공수처를 직격하기도 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의 전제가 됐다는 점에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50일 전 이 사건이 공수처에 이첩됐는데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반쪽 행위(불법 출금)에 대해서만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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