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검찰 출신' 박상옥 대법관 퇴임... "정치적 중립과 정의 향해야"

입력
2021.05.07 12:3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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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엔 '판사 출신' 천대엽 대법관
14명 대법관 전원 '非검찰'로 채워져

박상옥 대법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박상옥 대법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박상옥(65·사법연수원 11기)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7일 퇴임했다. 박 대법관은 법원을 떠나면서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14명의 대법관 중 유일하게 '검사 출신'이었던 그가 물러남에 따라, 이제 대법원 재판부는 전원 '비(非)검찰' 출신 인사들로 꾸려지게 됐다.

박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관 업무를 시작할 당시, 다양한 법조 경험을 토대로 사법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열린 마음과 경청의 태도로 사회통합에 힘을 보태겠다는 말씀도 드렸다"며 6년 전 취임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런 각오와 마음가짐을 간직하며 '자유와 책임' '진실과 정의'를 좌표로 삼아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결론과 공정한 재판을 통해 미력이나마 정의와 법의 지배를 구현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온 매 순간이 무한한 영광이요, 보람이었다"고 대법관 생활을 반추했다.

사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을 언급하며 밝은 앞날을 기원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 대법관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앞날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환난의 시기"라고 현 상황을 진단한 뒤, "그러나 인권의 최후 보루이자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역할과 사명은 더욱 엄중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정치적 중립과 정의를 향한 굳건한 의지로 열의와 정성을 다해 묵묵히 책무를 수행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법부의 존립 기반은 더욱 확고하게 다져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박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가운데 유일한 '검찰 출신'이었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4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한 그는 대검 공판송무부장과 사법연수원 부원장, 의정부지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낸 뒤 지난 2009년 퇴임했다.

공직을 떠난 뒤엔 변호사 활동을 했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근무하던 중 대법관에 올라 '검찰의 시선'으로 대법원 판결 다양성에 기여해 왔다. 박 대법관 후임으로는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였던 천대엽(57·21기) 신임 대법관이 10일 정식 취임한다. 대법관 가운데 검사 출신은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게 되는 셈이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 본부는 박 대법관 퇴임식이 열린 대법원 앞에서 그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박 대법관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 검사 출신으로, 사건의 은폐 시도를 묵인·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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