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성' 황반변성 방치하면 30%가 실명할 수 있는 '습성'으로 악화

입력
2021.05.06 18:11
수정
2021.05.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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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성 황반변성을 방치하면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바뀔 위험이 30%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건성 황반변성을 방치하면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습성 황반변성으로 바뀔 위험이 30%나 된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황반(黃斑)은 눈의 망막 중심에 초점이 맺히는 부분이다. 황반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왜곡돼 보이는 병이 황반변성이다. 황반변성은 유전과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황반변성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90%)과 습성(10%)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에 노폐물이 쌓이고 신경이 위축되는 것이고, 습성 황변변성은 비정상적인 혈관 생성으로 물이나 혈액이 누출돼 실명을 일으킨다.

건성 황반변성은 고령 인구의 10%에서 나타날 정도로 매우 흔한 노인성 망막 질환이다. 건성 황반변성이면 시력이 저하될 위험이 낮지만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건성 황반변성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다간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되고 그러면 실명할 위험이 높아진다.

건성 황반변성이 습성 황반변성으로 어느 정도 이행되는지 국내에서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주광식ㆍ우세준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건성 황반변성’ 이 ‘습성 황반변성’으로 얼마나 진행되는지 규명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건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418명(평균 72.3세)의 데이터를 토대로 최대 10년까지 경과를 분석한 결과, 건성 황반변성에서 습성 황반변성으로 진행된 비율이 5.6%(2년), 14.8%(5년), 28.4%(10년)였다.

즉, 건성 황반변성 환자의 3분의 1은 10년 이내 습성으로 악화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건성 황반변성에서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고령, 가족력, 한쪽 눈이 습성 황반변성, 유전자이상 등이 꼽혔다.

반면 평소 녹차를 즐겨 마시면 건성에서 습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녹차에는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막아주는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이 습성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우 교수는 “이번 연구로 국내 황반변성 환자도 건성에서 습성으로의 진행할 위험을 낮추도록 적극적인 경과 관찰과 항산화제 섭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했다.

우 교수는 “50세가 넘으면 황반변성을 진단하기 위해 망막과 시신경, 혈관 상태를 확인하는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특별히 건성 황반변성을 진단받았다면 습성 황반변성으로 바뀌는 것을 늦추기 위해 안과 처방을 잘 따르고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최신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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