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우주강국 될 수 있을까' 의문에 항우연 원장 "추격형 연구서 탈피하면···"

입력
2021.05.06 15:16
수정
2021.05.06 15:46
16면

이상률 원장 3월 취임 후 첫 간담회
조직개편 통해 '미래' 대비하는 장기전 채비
"선진국도 못하는 연구 전담조직 만들 것"

오는 10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단부 최종 연소시험이 3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흥=뉴시스

오는 10월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1단부 최종 연소시험이 3월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흥=뉴시스


"우리의 가장 큰 문제는 '추격형 연구'의 한계다. 이 방식에서 벗어나 우주 선진국도 하지 못한 연구를 하는 조직을 만들겠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한국의 우주개발 초점은 위성과 발사체에 맞춰져 있다. 국산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10월 1차 시험발사를 앞뒀고, 내년 8월엔 달 궤도선 발사가 예정돼 있다. 정부의 목표는 2030년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 목표를 실행하는 중추적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우주 선진국은 궤도 진입이나 착륙을 넘어 이미 유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아직 우리 기술은 갈 길이 멀다. 정부도 우주발사체 개발 및 운용 기술이 미국의 60% 수준으로, 18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는 걸 잘 안다. 체계적인 우주개발 정책 수립과 연구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지난 3월 취임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은 "추격형 연구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관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항우연 제공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관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항우연 제공

이 원장은 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취임 간담회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인정하면서 "가장 큰 문제인 추격형 연구에서 벗어나 선진국에서 아직 하지 않는 연구 혹은 선진국도 뛰어들었지만 아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연구를 위한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이 이끄는 항우연은 현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우선 내부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원장은 △누리호 등 대형사업 성공을 위한 지원 △연구개발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환경, 인사평가 등 내부 제도 개선 등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있다.

이 원장이 강조하는 탈(脫) 추격형 연구는 연구개발 중장기계획 TF가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미래혁신연구센터(가칭) 조직을 구성해 2050년 이후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주 태양광, 우주 엘리베이터 등은 아직 선진국도 실행력이 부족해 우리가 연구할 후보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주개발에서 민간의 영역이 커지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는 항우연 역할의 재정립도 그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 원장은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기술이전을 하고, 항우연은 민간이 하고 싶지만 아직 여건이 맞지 않는 미래적인 것, 핵심기술에서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 임기는 3년이다. 항우연 한 해 예산은 약 5,000억 원이고 이 중 대부분이 국책과제에 투입된다. 선진국 수준의 우주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인력과 예산 모두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는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씨앗을 뿌리고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며 "미래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유지되도록 한다면 20, 30년 후에는 선진국을 넘어서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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