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뿐 아니다… "국토부·도로공사도 전관업체가 용역 싹쓸이"

입력
2021.05.06 12:5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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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종심제 사업 대부분, 퇴직자 영입업체 수주"
"다수 입찰에 2곳만 참여… 법적 제약 피한 담합 의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사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용역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도 용역 계약 과정에서 이런 '전관예우'가 작동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관련기사: 투기 논란 LH, 입찰 담합까지 벌였나... 경실련 "담합 징후 뚜렷")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간 국토부와 도로공사의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계약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관을 영입한 업체에서 사업을 모두 수주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이 확보한 '건설기술용역 수주 현황 및 업체별 OB영입 현황' 자료에는 국토부와 도로공사에서 50여 개 엔지니어링 업체에 재취업한 200여 명의 전관 정보가 담겼다. 해당 자료를 토대로 두 기관의 2019~2020년 건설기술용역 입찰 및 낙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종심제로 발주한 사업은 전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 몫이었다.

종심제는 입찰가격이 가장 낮은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와 달리 공사수행 능력과 가격, 사회적 책임 등을 따져 낙찰업체를 선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저가낙찰제의 납품 품질 저하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지만, 종심제에 적용되는 가중치 방식과 강제차등점수제 등 정성적 평가 방식이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를 유도하고 이는 곧 전관 영입으로 연결된다는 게 경실련 판단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2019년과 2020년에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입찰 현황. 경실련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2019년과 2020년에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입찰 현황. 경실련

국토부가 최근 2년간 종심제로 계약을 체결한 건설기술용역은 총 38개 사업으로 전체 계약금액은 1,529억 원이다. 그런데 이들 사업 모두 국토부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 컨소시엄을 꾸려 낙찰받은 경우도 구성업체 대부분이 발주처 출신 전관을 영업한 업체였다.

도로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당 기간 종심제로 계약 체결한 건설기술용역은 총 26건(계약금액 1,792억 원)인데, 모두 도로공사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

경실련은 또 국토부와 도로공사가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입찰 과정에서 단 2개 컨소시엄만 참여한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하며 이를 입찰담합 징후라고 주장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상 2인 이상 입찰해야 경쟁입찰이 성립되기 때문에 무효 입찰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토부 발주 38개 사업 중 26건(68%), 도로공사 발주 26개 사업 중 24건(92%)에 각각 2개 업체가 입찰했다.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단 2개 컨소시엄만 참여했다는 건 발주기관이 입찰 담합에 묵시적으로 가담했다는 강한 의혹이 드는 부분"이라며 "평가위원에 대한 로비를 유인하는 강제차등점수제 등도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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