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왜 시민의 신임을 얻지 못할까?

입력
2021.05.07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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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나는 실패한 법관이었다." 24년간 판사로 재작한 뒤 17년째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칠순에 이르러 첫 책을 내며 "실패의 기록이고 패배의 서사"라고 설명한다. 법조계 내부의 문제점, 모순과 싸우면서 실패하고 패배했다는 자책인데, 이는 곧 우리 사법부가 반성하고 변화를 고민해야 할 대상이다.

법조인과 사법 체계에 대한 시민의 불만은 저자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내용이 비슷한 사건인데 왜 판사마다 양형이 들쭉날쭉할까. 판사의 막팔 파문은 왜 끊이지 않을까. 시민 위에 군림하는 법원을 시민을 위해 일하는 법원으로 바꾸는 건 왜 그렇게 어려운 걸까. 저자는 40년 넘게 법조인으로 일하며 느꼈던 법조계 내부의 문제점을 하나씩 거론하며 사법이 불신받는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저자가 오랜 시간 법정을 드나들며 겪었던 재판 현장의 구체적 경험담이 생생함을 더한다.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ㆍ정인진 지음ㆍ교양인 발행ㆍ334쪽ㆍ1만7,000원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ㆍ정인진 지음ㆍ교양인 발행ㆍ334쪽ㆍ1만7,000원

책이 다루는 내용은 폭넓다. 재판 현장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하는가 하면 민주주의 원칙이 살아 있는 이상적인 법정의 모습을 그리고, 낙태죄, 표현의 자유, 양도소득세법,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등 논쟁적인 법적 이슈를 다루기도 한다. 사법농단 사건, 검찰개혁, 법관 탄핵사건 등 법률과 법률가를 둘러싼 문제도 살핀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법정의 주인이 법조인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단순한 원칙이다. 사법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어야 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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