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문 닫을 위기 처한 英 '공립 유치원'

입력
2021.05.07 00: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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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 지속 운영 가능... 작년 1억 넘게 손실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 저소득층 피해 우려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3월 런던의 한 사립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가운데) 영국 총리가 3월 런던의 한 사립 유치원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대화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취약계층 아동이 다니는 영국 ‘공립 유치원’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재정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국 정부가 교육기관에 금전적 지원을 했지만, 공립 유치원은 대상에서 빠져 고통이 더 커졌다.

4일(현지시간) 영국 교육자선단체 얼리에듀케이션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금의 재정 상황으로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공립 유치원은 25%에 그쳤다. 조사에 참여한 유치원 200곳 중 절반 가량이 올해 적자가 예상된다고 답했고, 지난해 공립 유치원 평균 손실도 7만6,000파운드(1억1,800만원)에 달했다.

유치원들을 재정 위기로 내몬 주범은 코로나19였다. 감염병으로 등원하는 아이도, 신입생도 줄어 유치원 수입이 자연스레 떨어졌다. 적자폭을 메우려 임시 휴원을 하기도 어려웠다. 영국 정부가 학교, 유치원 등 교육시설은 봉쇄 기간에도 문을 열어 두도록 강제한 탓이다. 이들 공립 유치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평균 8,000파운드를 추가 지출했다.

적자는 쌓여 갔지만 정부 보조금은 그림의 떡이었다. 정부는 봉쇄 기간 개방한 학교들의 방역비용이나 재정적 손실을 지원했다.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입증하면 지원금이 나왔으나, 공립 유치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심지어 민간 유치원에 적용된 세금 환급이나 무이자 대출 혜택조차 받을 수 없었다.

공립 유치원의 위기는 취약계층 세대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립 유치원 대부분이 낙후지역에 위치해 저소득층 아이들의 돌봄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베아트릭스 매릭 얼리에듀케이션 대표는 “봉쇄 기간 공립 유치원은 취약계층 아이들과 코로나19 필수 종사자의 자녀를 돌보는 등 지역 가정의 생명줄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4만명의 아이들이 389개 공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 대변인은 “공립 유치원 지원을 목적으로 지방정부에 내려 보낼 60만파운드(9억4,000만원)의 추경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원금 지급은 내년 3월에나 마무리될 예정이라, 공립 유치원은 아무런 보조 없이 올 한해를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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