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오르자 훌쩍 뛴 막걸리·맥주 가격…'서민 술값' 더 오른다

입력
2021.05.05 17:00
수정
2021.05.05 1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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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막걸리 가격 11%, 맥주 0.5% 상승
지난해 물가에 연동되고, 쌀값 13% 오른 영향

3월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막걸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3월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막걸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대표적인 '서민 술'로 꼽히는 막걸리와 맥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장마로 쌀 등 술 원료 가격이 큰 폭으로 뛴 데다, 주세법 개정으로 물가 수준에 따라 이들 주종에 대한 세금도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막걸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 상승했다. 1999년 1월(17.0%) 이후 약 22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으로, 상승률이 1.4~1.6% 수준이었던 올해 1~3월과 비교하면 8배 수준이다. 맥주 가격도 지난달 0.5% 올라 지난해 3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막걸리 가격이 크게 오른 근본 원인은 쌀값 상승이다. 4월 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2% 올라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다. 지난해 6~8월 최장기간 장마로 2020년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6.4% 감소한 350만7,000톤에 머문 탓이다.

여기에 막걸리와 맥주의 주세 과세 체계가 종량세(從量稅)로 바뀐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주종은 지난해부터 출고가가 아닌 출고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데, 출고가가 기준일 때와 달리 물가를 반영할 방법이 없어 매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0.5%를 적용해 올해 3월부터 맥주 세율은 리터당 830.3원에서 834.4원으로, 막걸리는 리터당 41.7원에서 41.9원으로 올랐다.

주류 물가는 앞으로 더 뛸 전망이다. 맥주 업계 2위 하이트진로가 세금 인상분을 반영해 이달 7일부터 '테라' 등 맥주 제품의 페트병류, 생맥주, 330㎖ 병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1.36% 올리기로 하면서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가격 인상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앞서 맥주 업계 1위 오비맥주와 막걸리 업계 1위 서울장수막걸리 역시 세율 인상과 쌀값 상승 등을 들어 지난달 1일부터 맥주와 생막걸리 출고가를 올렸다.

반면 주세 과세 체계가 아직 바뀌지 않은 소주는 비교적 낮은 가격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소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4% 올랐다. 올해 2, 3월(0.2%)보다 높긴 하지만, 지난해 연평균 상승률(2.5%)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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