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근질근질했나… '블로그' 개설해 소통 나선 트럼프

입력
2021.05.05 15:22
수정
2021.05.05 22:3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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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계정 운명 판가름 하루 앞두고 공개
반트럼프 인사 비난·대선 사기 주장 되풀이도
콘텐츠 공유 기능, 소셜미디어 정책 위반 소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보수진영의 연례 주요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올랜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보수진영의 연례 주요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올랜도=로이터 연합뉴스

11년간 무려 4만6,600여개 글을 쏟아내며 트위터를 호령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온라인 세계로 돌아온다. 올해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SNS)에서 줄줄이 퇴출당하자 아예 개인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 블로그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의 책상에서’. 첫 화면에 뜨는 홍보 영상은 이 블로그를 “침묵과 거짓의 시기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 묘사하며 “트럼프의 책상에서 그대로 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정치ㆍ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얘기다.

그동안 입이 무척이나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다. 블로그 개설 소식은 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을 통해 막 전해졌지만 게시물은 벌써 여러 개 올라와 있다. 공화당임에도 트럼프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리즈 체니 상원의원과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인 밋 롬니 상원의원을 비아냥거리는 글이 가장 최근에 게재됐고, 퇴임 후 발표한 개인 성명도 모아놨다. 지난해 대선이 사기ㆍ조작이었다는 주장도 어김없이 되풀이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페이스북의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트럼프가 제한적으로나마 자신의 생각을 지지자들에게 직접 전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임고문 제이슨 밀러는 기존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새로운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블로그가 이전에 언급했던 그 소셜미디어는 아니다”라면서 “조만간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개설한 블로그 첫 화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개설한 블로그 첫 화면.

블로그는 페이스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에 대한 처분을 내리기 하루 전 공개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 감독이사회는 5일 감독위원회를 열고 지난 1월 내렸던 트럼프 계정 사용 금지 결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애용했고 팔로워만 8,800만명에 달했던 트위터에선 영원히 쫓겨난 상태다.

새 블로그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방문자들이 댓글을 쓸 순 없다. 하지만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를 수 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다 퍼나를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또 다시 소셜미디어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력을 선동하고 미화해 소셜미디어 운영 규칙을 위반했다는 게 계정 정지 이유였는데, 콘텐츠 공유 기능을 통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직ㆍ간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위터 대변인은 “트위터 규칙을 위반하는 내용만 아니라면 콘텐츠 공유는 허용된다”면서도 “그 블로그에서 옮겨온 게시물이 트럼프 계정을 모방하거나 중단된 계정을 대체하려는 의도라면 규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매체에 말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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