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원전 3885일 무정지 운전 신기록 숨은 주인공은

입력
2021.05.05 15: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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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본부 계측제어부 정종근 대리
한전KPS 품질보증부 황신호 과장
"원전은 자식 같아… 잘 부탁한다"

한울원전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울원전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원전 6기가 가동중인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 지난달 20일 역사적인 기록이 세워졌다. 23년 전인 1998년 3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한울원전 3호기가 예방정비 기간을 빼고는 쉬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3,885일간 무정지 연속운전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3호기의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을 위해 발전소와 관련 기관 직원들이 모두 밤잠을 설쳐가며 일했지만, 신화의 주역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 계측제어부 소속 정종근(38) 대리와 한전KPS의 품질보증부 황신호(56) 과장이 꼽힌다.

정종근 대리는 2015년 2월 한수원에 입사한 뒤 줄곧 한울3호기 내 주급수펌프의 유량을 살펴보고 정비하는 일을 했다. 주급수펌프는 물을 끌어와 증기발생기에 보내는 장치다. 적절한 양의 물을 보내야 증기가 만들어지고 터빈을 돌릴 수 있다. 이때 물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 구실도 한다. 작은 부품 한 개만 말썽이 나도 발전기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설비의 하나로 분류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제2발전소 계측제어부에 근무하는 정종근(38) 대리.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제2발전소 계측제어부에 근무하는 정종근(38) 대리.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정 대리는 항상 '발전을 멈추면 안 된다'는 각오로 정비에 임했다. 살아 숨 쉬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지난 6년간 설비 상태에 따라 울고 웃다 보니 원전은 그에게 자식이나 다름없다. 집에서 잠을 자다가도 당직자 전화를 받고 벌떡 일어나 달려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도 2년에 한 번꼴로 있는 계획예방정비가 끝날 때면 기계 전체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을 전한다.

그는 "3,885일간 연속운전이라는 신기록을 얻으니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보람도 느낀다"며 "한수원은 물론이고 한전KPS 등 회사는 달라도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협력사가 함께 노력하고 존중한 덕분에 역사적인 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전KPS 한울2사업소 품질보증부에서 일하는 황신호(56) 과장.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한전KPS 한울2사업소 품질보증부에서 일하는 황신호(56) 과장.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또 다른 숨은 주역은 한울원전 3호기에 투입되는 부품과 인력을 검증해온 황신호 과장이다. 그는 한국전력의 발전설비정비 전문회사인 한전KPS 소속으로, 3호기의 품질을 보증하는 검사 업무를 해왔다. 1996년 시운전 때부터 일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선 '3호기 역사의 증인'으로 불린다. 울진에서 태어난 황 과장은 고향으로 돌아와 25년간 관리해온 3호기가 최장기 연속운전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하자 감회가 특히 남다르다. 3호기는 설계부터 국내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한국표준형 원전이기 때문이다.

황 과장은 "대한민국 기술로 만든 원전이 무려 3,885일간 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발전소 내 모든 종사자가 똘똘 뭉쳐 노력한 결과로, 앞으로도 세심히 살펴 안전 운전에 최선을 다해 또 다른 기록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울진=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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