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 원주민 학대' 사과한 멕시코 대통령…진짜 속내는 '이것'

입력
2021.05.04 23:07
오브라도르 대통령 "멕시코 독립 200주년 맞아 사과"
외신들 "마야 열차 사업 반대 타개하려는 시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3일 킨타나오로주 마야인 마을을 방문해 500년간 이어진 학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펠리페카리요푸에르토=AFP 연합뉴스

멕시코 정부가 500년간 이어진 마야 원주민 학대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올해 200주년을 맞은 멕시코 독립을 계기로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유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멕시코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마야 열차' 사업에 속도를 붙이기 위한 '대통령의 기름칠'이라는 것이다. 원주민은 유적지 파괴 우려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킨타나로오주(州)를 방문해 "5세기 동안 외세와 멕시코 정부에 끔찍하게 학대당한 마야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유카탄반도에 거주하던 마야인들은 500년 전 스페인의 멕시코 점령 때부터 핍박을 받았다. 학대는 멕시코 독립 이후에도 계속됐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 '독립 200주년'을 맞아 사과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특히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1847년부터 1901년까지 이어진 '카스테스 전쟁'에서 퀴타나 로의 마야 원주민 약 25만 명이 사망한 것을 언급하며 사과했고, 동석한 올가 산체스 코르데로 내무장관은 "수백년 동안 마야 원주민들은 착취와 탄압에 시달리며 고통 받았고, 이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외신들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사과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 분석했다. 마야 원주민의 반대로 최근 중단된 마야 열차 사업 추진이 진짜 이유라는 것이다. 멕시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다. 유카탄반도 해안을 따라 길이 1,525㎞의 철도 놓고, 마야 유적지와 칸쿤 해변 등 유카탄 반도의 주요 관광지를 잇는 사업이다.

그러나 유카탄 반도에 거주하는 원주민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하면서 사업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환경단체와 원주민 연합은 "철도를 건설하면 재규어 등 멸종위기종이 위험에 처하게 되고, 수천 년 된 마야 유적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멕시코 환경부에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한 끝에 지난 1월 공사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영국 BBC방송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마야인의 환심을 사 열차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사과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사과문을 낭독하는 자리에도 철도사업 반대 단체와 원주민들이 모여 야유를 보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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