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외조카 마약 '흑역사' 버텼지만 불가리스 사태에 무너진 남양유업 회장

입력
2021.05.04 17:46
영업직원 갑질·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이어
불가리스 사태… 홍원식 회장 대국민 사과
홍 회장 사퇴 발표 후 주가는 28%↑ 고점 찍기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오대근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에서 물러난다.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리점 갑질 논란과 외조카 마약 사건 등 각종 구설에도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았던 홍 회장은 4일 직접 불가리스 사태를 포함한 ‘남양유업 흑역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홍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회장은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 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며 그간의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논란 등에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면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어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이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9년 6월 남양유업이 공개한 홍원식 회장의 사과문. 남양유업 제공


과거엔 임직원 대국민 사과·사과문 공개… 이번엔 회장 직접 나서

홍 회장은 그동안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 대리점 갑질 논란 등 남양유업 관련 각종 구설에도 직접 나서지 않고 사과문만 발표했다. 2013년 영업직원의 ‘폭언 음성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커졌을 때는 김웅 당시 남양유업 대표와 임직원 등 10명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였다. 2019년 6월 외조카 황하나씨 마약 사건이 드러났을 때는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공개하며 "황하나는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돼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불가리스 사태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와 홍 회장의 장남이자 기획마케팅총괄 본부장이었던 홍진석 상무가 줄줄이 물러났고, 홍 회장은 경영권 승계 포기 선언까지 했다. 수년간 누적된 '흑역사'로 소비자의 분노가 커진 데다 코로나19를 매출 증대에 악용했다는 비난이 행정처분과 고발조치, 경찰 수사로 이어지자 홍 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렸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발표 당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8% 이상 뛰었고 일부 편의점과 마트에선 불가리스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가 임상시험이나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난이 높아졌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2013년 5월 9일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LW컨벤션센터에서 김웅(오른쪽 다섯 번째) 남양유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영업직원 막말 음성파일'로 불거진 강압적 영업행위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한편 홍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발표한 이날 남양유업 주식은 장중에 전일 종가(33만1,000원) 대비 28.4% 오른 42만5,000원까지 뛰었다가 36만2,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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