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기술 선도의 계기 될 이재용 사면

입력
2021.04.25 17:00
26면

反사회성 비용을 능가하는 사회적 가치 존재
사면의 '정당성' 점검 후 공감대 확인
글로벌 가치 실현의 투혼과 사회적 책무 이행


시진핑 주석(가운데)이 2014년 7월 서울대를 방문해 연설하기 전, 이재용(오른쪽)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필자.

시진핑 주석(가운데)이 2014년 7월 서울대를 방문해 연설하기 전, 이재용(오른쪽)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필자.


인간 누구나 공동체의 법적 규율 적용에서 예외일 수 없다. 다만 사법적 판단이 종료된 후, 당사자가 자유인으로 회귀하여 뚜렷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객관적 조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면죄(免罪)'의 길이 열려 있다. 다만 사면은 자연인에 대한 시혜가 아니고 그가 할 수 있는 가치 추구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그가 행했던 범법의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능가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적절한지는 위법결과의 반(反)사회성의 경중(輕重)에 대한 객관적 검토에 기초해 공감대 형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살핀 후 대통령이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 가변적인 핵심요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본질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다. '국민적 공감대'라는 어휘는 정치인·언론인들이 자주 원용하고 있지만 그 실체를 설정하고 확인하는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흔히 여론조사나 일부 단체가 주장하는 '국민 정서'를 통해서 공감대 여부를 판별하는 작업은 오류를 내포할 여지가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가치의 편향이나 여론조사의 양적 수치를 뛰어넘어 사면의 실행가치가 얼마나 견고히 '질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느냐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최종 판결문을 문자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공동체의 관점에서 최상의 선택인지, 아니면 자유의 몸이 될 이 부회장에게 글로벌 선도기업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긴요하다.

현재의 국내외 경제상황은 경제 살리기 명분하에 이루어졌던 과거 기업총수들의 사면시점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글로벌 선도 기술력 경쟁을 통한 혁신의 패러다임을 실현하느냐에 따라 개별기업의 생존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의 경쟁력을 크게 좌우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선도기술의 무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국경제를 견인할 초격차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역량의 배양과 이를 조타(操舵)할 창조적 기업가정신이 절실하다.

이러한 시점에 삼성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세계시장을 선도해야 할 막중한 무한책임을 제약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 부회장에 대한 확정판결의 근원적 반(反)사회성의 해석 향배와 무관하게, 이 부회장의 자유 기업인으로의 복귀는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안녕(安寧)이나 삼성이라는 개별 경제주체의 이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면에 이의를 제기하는 원칙주의자조차도 경영권의 안정이 미래 투자결정을 순조롭게 하고, 한국경제의 글로벌 위상에 기여한다는데 공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부회장 사면은 소위 기득권 귀공자에 대한 인간적 배려의 차원이 아니고 글로벌 가치 실현을 향한 투혼을 촉발시킬 수 있는 '족쇄 해지'의 '시각'에서 접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성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 완화와 경제적 강자의 사회적 포용성 확대에 매진하는 적극적 노력과 함께 그동안의 글로벌 경쟁력 축적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각오를 다진다면 사면 유보론자들의 원칙론을 재고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미 2세 승계 가능성을 배제한 이 부회장 내면의 의지와 투혼이 사면 결정을 좌우하는 본질적 요소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부회장의 사면문제는 정치권의 논의보다 우리사회의 정의, 공정, 공영(共榮)의 진전을 다루는 시민사회가 미래지향적 맥락에서 입장을 결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칫 대선을 앞두고 사면문제가 암묵적인 정치권 이득 계산의 대상이 됨으로써 그 진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연천 서울대 명예교수
대체텍스트
오연천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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