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피스텔 게스트룸서 수상한 콘돔이? 입주민-관리실 성매매 의혹 공방

입력
2021.04.23 04:30
수정
2021.04.23 08: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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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1200가구 규모 오피스텔 내 분쟁
입주민 측 "센터가 성매매 방조" 경찰 고발
미화원 "잦은 청소 지시에 매번 콘돔이…" 진술 근거
센터장 "일부의 억측일 뿐, 있을 수 없는 일" 반박

한 주상복합아파트 견본주택에 전시된 오피스텔 모형.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한 주상복합아파트 견본주택에 전시된 오피스텔 모형.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연합뉴스

#지난해 5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오피스텔에 근무하던 청소미화원 A씨는 생활지원센터(관리사무소) 측의 잦은 청소 지시에 의아함을 느꼈다. 앞서 1년 3개월가량 일하며 보통 하루 1번 게스트룸 청소를 해왔는데 이때부터 수시로 불려가 하루 4, 5번씩 청소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청소를 하면서 의구심은 더 커졌다. 게스트룸을 청소할 때마다 쓰고 버린 콘돔이 2, 3개씩 발견됐다. 이전엔 없던 일이었다. 이런 일은 A씨가 지난해 말 오피스텔 근무를 그만둘 때까지 거의 매일 이어졌다.(A씨가 작성한 '사실확인서' 내용 재구성)

서울 시내 대형 오피스텔 입주민 측이 오피스텔 내에서 성매매가 이뤄졌고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생활지원센터 측이 이를 알고도 방조했다며 센터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센터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입주민 "관리사무소가 성매매 방조"

이 오피스텔은 1,200여 가구와 상가 100여 곳이 입주한 대형 시설이다. 2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입주민 측이 성매매 의심 장소로 지목한 게스트룸은 오피스텔 2층에 있는 3개 호실로 구성됐다. 입주민 가족이나 지인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로, 센터가 입주민 요청에 따라 하루 숙박비 6만 원을 받고 빌려준다. 외부인 숙박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기 때문에 비어 있는 경우도 많다.

센터장을 고발한 입주민 측은 센터 측이 성매매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라고 제시하는 것은 센터에 고용돼 일했던 청소미화원들의 증언이다. A씨를 포함한 복수의 청소미화원은 지난해 5월부터 여러 달에 걸쳐 게스트룸 청소 횟수가 늘어났고 청소할 때마다 사용한 콘돔이 여러 개 발견됐다고 입주민 측에 진술했고, A씨는 이런 내용을 담은 사실확인서를 고발인에게 제출했다.

특히 한 청소미화원은 "센터 게스트룸 담당자의 지시를 받아 성 매수자로 추정되는 남성을 게스트룸으로 인도하기도 했다"며 "직원들끼리 불평하다가 센터장에게 항의한 일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입주민 측이 센터 측에 성매매를 적극 알선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두는 근거가 이렇다.

생활지원센터 "일부 입주민 억측일 뿐"

급기야 입주민 B씨는 다른 입주민들과 상의해 센터장 C씨를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알선 등의 혐의로 송파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발인 측은 "센터는 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성 매수자를 해당 장소로 인도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명백히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제기된 의혹은 일부 입주민의 억측이며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반박했다. 센터장 C씨는 성매매 알선 주장에 대해 "당시 게스트룸 담당자가 꼼꼼한 성격이라 청소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을 발견해 여러 차례 청소미화원들에게 청소하도록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청소할 때 사용한 콘돔이 자주 발견됐다는 진술에는 "입주민 가족이나 지인 등 게스트룸 이용객도 콘돔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성매매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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