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러시아... '때리고 어르기' 나선 美 바이든

입력
2021.04.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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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엔 러 제재 발표, 오후엔 "안정적 관계" 강조
미중 경쟁 의식...미러 갈등 확전 자제 '타협' 언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를 상대로 ‘때린 뒤 어르기’를 시도했다. 러시아의 잘못에는 회초리를 휘두르되 타협의 여지는 두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과의 일전을 앞둔 상황이라 러시아와는 확전하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며 “이제는 (미러 양국의) 긴장을 완화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더 멀리 갈 수도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나는 균형 잡힌 것을 선택했다”라고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행정명령을 통해 지난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러시아 개인ㆍ기관 등 32개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또 미국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러시아 정보 당국자 10명 추방 조치도 단행했다. 오는 6월부터 미국 금융기관이 러시아 중앙은행, 재무부, 국부펀드가 발행하는 신규 채권은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7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7주년 기념 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이렇게 강한 압박 조치를 취한 뒤 막상 러시아에 던진 메시지는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타협(modus vivendi)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의견이 다른 국가 사이의 타협을 뜻하는 외교 용어 ‘모두스 비벤디’까지 꺼낸 것이다. 이란과 북한의 핵위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등을 다룰 미러정상회담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러관계가 ‘하향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푸틴과 연계된 기업은 지금 제재하지 않고 예비로 남겨둔 것”이라며 러시아 행동 여하에 따라 대립이 격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침공 이후 최대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시키고 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규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를 압박해왔다. 러시아 견제 차원에서 독일 주둔 미군도 500명 늘리기로 했다.

다만 미중 경쟁이 격해지는 와중이라 대(對)러시아 전선까지 늘릴 여유가 없다는 게 미국의 한계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온 양면 전략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미국은 이미 흑해로 파견하려던 군함 2척의 진로를 돌렸고 러시아 (초대형 가스관) 노르스트롬2 제재도 되돌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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