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축산경제 대표 "기후변화 대응·디지털 혁신, 축산업계도 동참한다"

입력
2021.04.16 04:30
17면
구독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 인터뷰
축산경제 차원 포스트 코로나·기후변화 대응
국내 축산박물관 건립, 한우 다큐멘터리 계획도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앞으로 기후위기가 상수가 된다면 축산도 예외는 아닙니다. 탄소 배출량 비중이 작더라가 축산업계도 동참해야 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의 입에선 인터뷰 내내 기후변화, 빅데이터 플랫폼, 온라인 유통 등 얼핏 보기에 축산업과는 관계가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가축을 길러 육류나 달걀 등을 생산하는 '전통적 축산'에 문화와 가치를 입혀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그의 계획을 듣다보니, 그가 왜 이런 말을 유달리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대표가 축산의 미래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국내 축산의 역사를 기록하는 축산박물관(역사관)을 건립해 축산 뿌리 찾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올해 '소의 해'를 맞아 한우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등 우리 소에 문화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나섰다. 축산업계 역시 탄소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한데, 친환경 축산을 이끌 방안이 있나.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농업 배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9%고, 축산은 1.3%다. 아주 많은 양은 아니지만, 축산도 탄소중립에 있어 예외는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도 축산업 규모를 유지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가지 방법은 사료를 바꾸는 것이다. 사료가 가축의 장 내에서 발효되면 메탄가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사료 회사 등을 통해 이 같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육 기간을 단축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방법이다. 현재 소 사육 기간은 30개월인데,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28, 29개월로 단축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가축 분뇨를 에너지로 자원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축산농가 빅데이터를 구축한다고 들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소나 돼지를 보고 축사 내 온도와 습도, 환기 상태를 조절해야 했다. 지금은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데이터를 축적, 가공해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고 노동이 자동화되는 효과도 있다. 최근 스마트팜 토털 솔루션 구축 시범사업을 평창(한우)과 당진(낙농)에서 실시하기로 했다. 사물인터넷(IoT)도 축산에 활용된다. IoT를 이용하면 호흡량, 맥박 수 등을 통해 소의 수정 적기를 판단할 수 있다. 이미 1,000개 농가에 IoT 센서를 부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비대면으로 유통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새로 개발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올해 7월 1일에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 외부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축산식품 시장이 25조5,000억 원 규모인데, 이 중 온라인 거래는 1조7,000억 원으로 6.7% 수준이다. 여기에 농협이 차지하는 온라인 비중은 0.6% 정도로 작다. 새로운 온라인 쇼핑몰의 일차적인 목표는 2024년까지 규모를 2,000억 원까지 늘려 앞으로 더 커질 온라인쇼핑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것이다."

-축산박물관을 준비 중이라고도 하던데.

"지난해 책 한 권을 읽었다. 저자가 조선왕조실록을 읽다가 축산과 관련된 부분이 워낙 많다 보니 축산만 별도로 정리해서 쓴 책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한우란 말을 쓰지 않았고, 일본 사람들이 소에 관한 표준법을 만들며 '누렁소를 조선소로 한다'고 적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축산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무언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농업의 40%가 축산이다. 생산액으로 따지면 1위가 쌀이고 2~5위가 돼지, 한우, 낙농, 달걀 등 모두 축산물이다. 이렇게 중요하지만, 쌀박물관, 석탄박물관은 있어도 축산박물관은 없지 않나. 하림 등 축산 관련 기업과 만나 박물관 혹은 역사관 건립을 준비할 계획이다."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진탁 인턴기자

-올해 소의 해를 맞아 한우 문화 정립에도 나선다고 들었다.

"한우는 우리 고유의 소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먹거리였다면, 앞으로는 여기에 스토리텔링, 문화를 입히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채끝살은 과거 소를 몰 때 '채의 끝'이 닿는 부분이라 붙은 이름이다.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가치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패턴 변화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4월 29일 '한우, 문화를 입힌다'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만화가가 참석해 한우 관련 기조 강연을 한다. 또 한우 관련 다큐멘터리도 제작해 올해 추석 연휴에 맞춰 방영할 계획이다."

-한우는 그 자체로도 수년간 크게 개량됐다.

"1974년만 해도 소 한 마리 평균 무게가 359㎏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50㎏까지 늘었다. 한우 개량사업소에서 자손이 뛰어난 소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등 한우 개량 사업을 실시한 결과다. 또 한우 등급제가 실시된 1993년 1등급 비율은 10.7%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4.1%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농가 소득이 연간 2,000억 원 정도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한다."

-선거로 뽑는 축산경제 대표이사에 3선 연임하고 있는데.

"고졸 출신으로 1983년 축협중앙회 공채 1기로 들어왔는데, 대표까지 됐다. 임기 때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등을 해결하고 현장을 자주 찾아 축산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손영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