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축제가 있는 곳에는 그 음악이 있었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D 장조는 B 단조와 관계조(Relative key)다. 파(F)와 도(C)에 샾(#)이 붙은 조표를 함께 쓰는 쌍둥이인데, 엄숙한 B 단조와 달리 D 장조에서는 무한한 긍정과 희망이 느껴진다. 바로크부터 낭만주의까지 시대를 초월해 기쁨을 줬던 조성이다.
지중배 지휘자(이하 지): 다양한 시대의 음악학자와 음악가들은 D 장조를 '화려하고 찬란한 음악을 위한 완벽한 조성'으로 생각했다. 특히 바로크 시대에는 '영광(Glory)'의 조성으로 통했다.
장재진 기자(이하 장): E 플랫(♭) 장조 역시 화려하고 찬란한 조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같은 장조로서 D 장조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지: E♭ 장조가 종교적 색채가 짙다면 D 장조는 보다 세속적인 음악에 어울린다. 상대적으로 덜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웃고 즐기는 축제에 쓰이곤 했다. 헨델의 대표 관현악곡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HWV 351)은 D 장조로 작곡됐다. 1749년 영국 런던 그린파크에서 성대한 불꽃놀이가 열렸는데, 그 당시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축제 분위기를 고취할 수 있는 악기는 뭐니뭐니 해도 음색이 화려한 금관악기다. 피스톤과 밸브가 발명되기 전 바로크 시대 금관악기들은 음이 D조로 조율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축제와 D 장조의 관련성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장: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쓰여서 친숙한 파헬벨의 '캐논'도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D 장조 곡 중 하나다.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는 선율들은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에 비친 봄날의 햇살처럼 찬란하다.
지: D 장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이올린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다. 바이올린은 솔(G), 레(D), 라(A), 미(E)의 4개 줄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레' 줄을 활로 그었을 때 바이올린 고유의 소리가 잘 공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옛 작곡가들이 주파수에 관한 물리학적 특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지만, 바이올린 명작 중에서는 D 장조 곡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른바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작품 중 2개(베토벤, 브람스)가 D 장조고, 선율미의 극치를 자랑하는 차이코프스키 협주곡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이 지난달 발매한 앨범 '파리'에 수록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 또한 D 장조 곡이다.
지: D 장조는 고전주의 시대에 와서도 하이든과 모차르트 등이 즐겨 썼던 조성이었다. 특히 하이든의 경우 104개 교향곡 가운데 23개가 D 장조다. 지난 1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모차르트의 미공개 작품 '알레그로 D 장조'(1773)도 있다. 다음달 6일에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서울 금호아트홀연세에서 하이든 건반소나타를 연주한다.
장: 부산시립교향악단은 16일 부산문화회관에서 베토벤의 '세레나데'(op. 25)를 연주한다. 젊은 베토벤의 새로운 시도와 패기가 돋보이는데, 유려하면서도 즐거운 현악 3중주곡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