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지시 막히자 "XX야" 욕설까지... 마사회 사건 진상은?

입력
2021.04.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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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노조 "김우남 회장, 부정채용 시도+직원에 욕설"
마사회 측 "욕설한 뒤 직원에게 사과... 부정채용 아니다"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2011년 당시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우남 한국마사회장이 지난 2011년 당시 민주당 의원 신분으로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감찰을 지시한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사건의 핵심은 부정채용과 폭언이다. 마사회 측은 김 회장이 폭언한 직원에게 이미 사과했고 부정채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노조는 물론 정부부처까지도 김 회장의 채용 시도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마사회 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4일 취임 후 과거 국회의원 재직 시절 보좌관을 맡았던 A씨를 비서실장으로 채용할 것을 지시했다. 기존 마사회 내규대로면 신임회장은 비서실 직원을 조건부 채용 조항에 따라 특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사규 부패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기관장 재량 임의 채용 규정을 올해 6월까지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마사회 인사 담당자 B씨는 이에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특별전형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김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김 회장의 막말이 쏟아졌다. 김 회장은 B씨에게 "아주 천하의 나쁜 놈의 XX야" "정부 지침이든 나발이든 이 XX야 마사회법이 우선이지" 등 폭언을 했다. 여당 3선 의원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내가 저 12년 국회의원을 그냥 한 줄 알아"라고 했고 "(농식품부) 장관에게 가서 따져봐야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결국 A씨를 비서실장 대신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채용하고, 상근직인 위촉직·개방형 직위 채용 가능 여부도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마사회 측은 이날 "욕설은 회장님이 업무 관련 질책 중에 나온 것으로 당사자에게 이미 두 번 사과했다"며 폭언 사실을 인정했지만, 부정채용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서실장을 회장이 재량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규정은 지금도 살아 있기 때문에 부정채용 시도가 아니다"라며 "권고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를 결국 자문위원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선 "최근 마사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국회 소통 전문가가 필요한데, A씨는 보좌관 출신"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사과한다고 막말이 사라지느냐"며 부정채용이 아니라는 설명에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권익위가 올해 6월까지 개정하라고 권고한 것은 행정적으로 이를 삭제할 시간을 준 것이지, 6월까지는 마음대로 채용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내규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고 보는 게 맞는다"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 역시 "권익위에서 지침 개정 권고가 내려와서 마사회가 이미 알겠다고 했다"며 "스스로 잘못을 시인해 놓고 내규 개정 전이라고 특별채용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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