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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이끈 조혜연 9단 "노원 사건, 남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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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일 같지가 않아요. 제 스토커도 2년 뒤면 출소하니까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바둑 국가대표인 조혜연(36)씨는 피의자 김태현(25)이 저지른 노원 살인사건이 스토킹에서 시작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말문이 막혔다. 조씨 역시 스토커로부터 1년 넘게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여서다. 조씨를 괴롭히던 A씨는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지만, 조씨는 여전히 그가 돌아올 날이 가까워지는 것이 두렵다.
조씨는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을 접하고 너무나도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국회 통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런 일이 벌어져 비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스토킹을 범죄로 간주하고 최대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스토킹 처벌법은 김태현이 범행을 저지른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조씨는 지난해 4월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기 전인 탓에 스토킹 과정에서 입은 재물손괴·업무방해·협박 등의 피해가 주요 혐의로 적용됐다. A씨는 2월 열린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수많은 스토킹 피해자들이 그렇듯, 조씨 역시 처음부터 스토킹 피해를 신고한 것은 아니었다. A씨가 조씨가 운영하는 바둑아카데미 건물 외벽에 '사랑한다'는 등의 낙서를 남길 때는 이를 지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불쾌하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입은 해는 없어서였다. 그러나 A씨의 스토킹 행각은 점차 심해졌고 급기야 술에 취한 채 조씨 앞에 나타나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조씨는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가벼운 행동이 아니라고 여겼던 터라 '이 사람이 정말 나를 해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부터 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수차례 경찰에 피해를 신고했지만 신변의 위협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경찰 조사를 받고 훈방 조치된 A씨가 흥분한 채로 조씨를 쫓아온 적도 있었다. 조씨는 "당시 A씨가 소리를 지르면서 아카데미로 뛰어 들어와 급히 옥상으로 피했다"며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으면 옥상에서 뛰어내릴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 역시 스토커를 자극할 경우 돌아올 보복이 겁나 신고를 꺼렸을 것"이라면서 "그 심정이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스토킹 처벌법 제정의 주역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처벌법 제정을 호소하는 글을 올려 여론을 환기했고,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다행히 국회가 22년간의 계류 끝에 스토킹 처벌법을 제정해 9월 시행할 예정이지만, 조씨는 여전히 불안하다. 새 법의 피해자 보호책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조씨는 "법이 지금이라도 통과돼 다행이지만,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음)인 점 등 허점이 있다"며 "피해자가 스토커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는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조씨는 자신의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한다. 스토커가 스토킹 이유를 조씨에게 돌리는 등 범행을 끊임없이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토커가 출소한 뒤 재차 자신을 괴롭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조씨의 염려다. 실제로 A씨는 구치소에서 조씨에게 '출소하면 찾아가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두 차례 보내기도 했다. 조씨는 "스토커가 돌아와 다시 스토킹을 시작한다면 바둑아카데미 운영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자와 그 주변이 충분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끔 법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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